"코스피는 8000인데 내 주식은 왜?"…초강세장 속 더 심해진 증시 양극화

코스피 양극화
코스피 양극화


 지난 27일 코스피 지수는 8228.70을 기록했다. 역사상 최고치다. 전례가 없는 '불장'이지만 이날 주가가 오른 종목은 단 75개에 불과했다. 826개 종목은 주가가 하락했거나 보합이었다. '8200피' 축포에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종목 중 92%는 소외된 것이다. "8000피인데 내 주식은 안 오른다"는 푸념이 딱 맞아떨어지는 모습이다.

특정 종목으로 자금 쏠림은 지난해 이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쏠림은 왜곡과 착시를 부른다. 지수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상당수 투자자들은 상승세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또한 쏠림은 '밴드왜건' 현상을 낳는다. 반도체 등 특정 종목으로 가파르게 자금이 유입되면서 시황 변동에 따른 위기를 극대화한다.  

◆ "지수는 8000, 내 주식은 마이너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27일) 종가 기준 82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달 초만 해도 7000선에 미치지 못했던 코스피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주 중심의 급등세에 힘입어 불과 한 달 만에 160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지수 상승과 달리 시장 전반적인 종목 흐름은 부진했다. 

통계가 이를 보여준다. 코스피가 최고치를 기록한 27일 기준 상승 종목은 75개에 불과했다. 지수 상승을 견인한 종목군이 극소수였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주도주 주가가 오른 게 증시 전반적인 호황으로 비친 것이다.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이달 4일부터 27일까지 코스피 지수가 6598.87에서 8228.70까지 오르는 동안 상승 종목은 140개에 그쳤고 하락 종목은 778개로 집계됐다. 상승 종목의 평균 상승률은 21.7%였고 하락 종목의 평균 하락률은 13.87%였다. 중동 전쟁 발발 직후인 3월부터 이달 27일까지 주가 상승 종목도 171개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한국거래소에서 제공하는 코스피 지수 등락률을 살폈을 때에도 쏠림 현상은 동일하게 확인됐다. 업종별 지수 24개 중 상승을 기록한 지수는 전기전자(44.69%), 제조(30.63%), 보험(25.42%), 유통(12.40%), IT서비스(10.09%), 금융(10.02%) 6개 업종에 불과했다. 

특히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전기전자 업종의 경우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4.70%)의 1.8배 수준이다. 반면 건설(-18.06%), 종이·목재(-16.67%), 기계·장비(-13.29%) 등 18개 업종은 하락을 기록했다.  

또 코스피 50(36.58%), 코스피 100(33.04%), 코스피 200(30.91%) 순으로 상승률이 높아 대형주 위주로 상승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AI 반도체, 전력 인프라 등 특정 주도주로 자금이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이 증시 전반을 왜곡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AI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 기대감이 이어지면서 투자자 자금이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월 중동 전쟁 이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기술주 위주로 자금이 몰리는 반면 중소형·성장주와 내수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체감 시장과 지수 간 괴리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쏠림은 버블 후반부 전형적 현상" 
이 같은 쏠림 현상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이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특수가 2~3년 지속될 것이란 점에서 증시 자금이 특정 섹터로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각이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어차피 코스피 시가총액 절반은 반도체 대형주인데 이들 종목 주가가 오르고, 거기에 자금이 뒤따라 붙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재와 같은 쏠림 현상이 버블 후반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반도체 중심 장세 역시 과거 버블 국면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29년 미국 증시 버블 당시 항공·전화·라디오 등 신기술 소비재 기업으로 자금이 집중됐다. 1970년대 초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2000년 닷컴버블 국면에서도 일부 핵심 성장주가 시장 수익률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닷컴버블 붕괴 직전인 1999년 1년간 미국 증시는 정보기술(IT) 섹터로 자금이 집중되는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이 연구원은 “버블 랠리 후반에는 주도주 쏠림이 오히려 강화되는 경향이 반복돼 왔다”며 “쏠림 완화는 ‘반가운 확산’의 신호라기보다 오히려 버블 붕괴의 전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석 틀에 맞추면 올해 2분기 한국 증시도 우려스럽다. 코스피 대비 상대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정보기술(IT) 섹터는 시장 평균 대비 31%포인트 초과 상승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반면 IT를 제외한 대부분 산업군은 일제히 마이너스 권역에 머물렀다. 특히 헬스케어 섹터는 코스피 평균 대비 -61%포인트를 기록하며 가장 부진했고 유틸리티(-57%포인트), 통신서비스(-54%포인트), 필수소비재(-46%포인트) 등 내수·방어주 역시 큰 폭으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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