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내부 거래용 기업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저평가받던 국내 대형 시스템통합(SI) 3사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수혜가 반도체와 서버 중심의 하드웨어 영역에서 실제 산업 현장에 AI를 구축하는 소프트웨어·인프라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삼성SDS, LG CNS, 현대오토에버가 인공지능전환(AX) 시대의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삼성SDS는 전 거래일 대비 25.8% 오른 37만 6000원에 거래됐다. 현대오토에버는 4.6% 상승한 97만 4000원을 기록하며 100만 원 선에 근접했다. LG CNS 역시 17.2% 오른 13만 3400원에 거래되며 SI 업종 전반의 강세를 이끌었다.
AI 시대의 문을 연 것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서버, 네트워크 장비 등 인프라 구축 업체였다. 하지만 기업들이 생성형 AI 도입 검토 단계를 넘어 공장과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실행 단계에 진입하면서 이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맡은 SI 기업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AI 투자 수혜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구축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스마트팩토리 고도화, 로봇 관제 플랫폼 개발 등 산업 현장에 AI를 접목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SI 업체들의 수익 구조도 급변하고 있다. 종전에는 시스템 구축 이후 유지보수 위주의 사업 구조를 갖고 있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다. 반면 AI 데이터센터와 AI 전환(AX), 로봇 운영 플랫폼 사업은 기술 진입장벽이 높고 장기 계약 비중이 높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시스템 구축 이후에도 지속적인 운영·관리 매출이 발생해 과거보다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SDS는 기업용 클라우드와 고성능 컴퓨팅(HPC) 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대하며 인프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들의 생성형 AI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관련 사업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LG CNS는 스마트팩토리와 물류 자동화를 넘어 '피지컬 AI' 분야의 대표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피지컬 AI는 AI가 현실 공간의 로봇과 설비를 제어하며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LG CNS는 제조·물류 현장에서 축적한 디지털전환(DX) 경험을 바탕으로 AI와 로봇을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AI·클라우드 사업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기존 SI 기업에서 AI 서비스 기업으로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오토에버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과 로보틱스 사업 확대의 수혜가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과 로봇 사업 투자를 확대하면서 차량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로봇 운영체계와 관제 플랫폼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로봇 보급이 확대될 경우 로봇 관제 플랫폼이 반복적인 매출을 창출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가 강세는 단기적인 수급 현상을 넘어 SI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 기준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과거에는 계열사 의존도가 기업가치 할인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AI 시대에는 산업 현장에 AI를 구현할 수 있는 구축 역량과 운영 경험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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