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시사평론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 14곳이 추가되는 바람에 판도 더 커졌다. 선거 결과는 당초 예상대로 민주당 승리, 국민의힘 패배로 나타났다. 막판까지 접전 끝에 신승한 국민의힘 오세훈 당선인만 아니었다면 국민의힘은 사실상 참패한 것이다. 게다가 오세훈 당선인은 당 지도부의 지원보다 개인 역량의 승리에 가깝다. 이에 국민의힘이나 장동혁 대표의 아전인수식 해석은 금물이다. 큰 틀에서 볼 때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승리를 이끌어낸 핵심 인물 두 사람을 꼽자면 먼저 이재명 대통령을 빼놓을 수는 없다. 이번 지방선거를 흔든 핵심 프레임은 이재명 정부 1년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컸다.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실어 달라는 민주당의 호소, 이재명 정부를 견제할 수 있도록 지지해 달라는 국민의힘의 호소도 모두 이런 이유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높았다. 견제보다 외려 정권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여론이 더 많았던 셈이다. 이로써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 권력과 국회 권력, 이번엔 지방 권력까지 압도적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민주화 이후 가장 강력한 정권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민주당 승리를 이끌어낸 또 한 사람을 꼽자면 역설적으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다. 이재명 정부의 독주를 견제할 힘을 달라며 호소하고 소리쳐 봐도 국민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윤 어게인 세력’에 포위된 장동혁 대표에 대한 정치적 신뢰가 깨져버린 것이다. 메신저를 믿지 못하면 메시지는 더 믿지 못하는 법이다. 애초부터 오세훈 후보 주위에서 빠져 준 것이 외려 득표에 더 도움이 된 케이스다. 당 지지율이 20%대를 오락가락할 때 혁신 기조를 살렸어야 했다. 그러나 장동혁 대표는 그 특유의 언행으로 소나기 피하듯이 버티고 또 버텼다. 막판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까지 선거운동에 불러냈다. 당의 변화를 바라는 지지자들의 호소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이번 지방선거도 패배로 끝났지만 장 대표는 또 버티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앞으로 당권을 놓고 버티는 힘과 끌어내리는 힘이 충돌하면서 계속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무소속 한동훈 당선인이다. 낯선 곳 부산으로 갈 때만 해도 ‘절치부심’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지역에서 적잖은 역풍도 확인했을 것이다. 청와대 수석 출신인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둘러싼 논란이 워낙 컸지만 악전고투 끝에 결국 이겼다. 한동훈 후보의 당선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겐 최악의 케이스가 된 셈이다. 당장 한동훈 당선인은 범야권에서 손꼽히는 대선 주자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동시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끌어내리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가 ‘보수 재건’을 외칠 때마다 장동혁 대표의 위상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버티는 힘이 더 강할 때는 차기 총선을 앞두고 ‘보수 신당’ 창당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합리적 보수 세력이 뭉치면 적잖은 바람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장동혁 대표의 국민의힘은 ‘영남 자민련’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 이제 그 싸움이 본격화될 것이다. 한동훈 후보의 당선은 ‘야권 재편’을 향한 신호탄 의미가 크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압승과 국민의힘 참패의 생생한 현장은 대구시장 선거에서 도드라졌다. 비록 김부겸 후보가 석패는 했지만 민주당 후보가 대구시장 선거에서 이렇게 선전한 것은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보수 정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의 신승, 그것만으로도 국민의힘 장동혁 체제가 몰락하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대구에서도 흔들린다면 다른 곳은 물을 필요조차 없다. 국민의힘 장동혁 체제는 이미 영남권으로 고립되고 있다. 서울시장을 언급할 계제가 아니다. 합리적 보수 세력이 극우를 내친 것이 오세훈 당선인으로 연결된 것이다. 따라서 장동혁 대표 체제와는 거의 무관하다는 얘기다. 강력한 정부·여당의 힘을 견제할 수 있는 건 국민의힘이 건강한 보수 정당으로 거듭날 때만 가능하다. 오세훈 사례가 말해주듯이 장동혁 체제는 외려 건강한 보수 세력에는 걸림돌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민주당 승리로 끝나긴 했지만 짚어 볼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는 한마디로 ‘역량 부족’이다. 여기에 도덕성 논란까지 더해 스스로 무너졌다. 그리고 대통령 비서실에 인공지능(AI) 수석실을 신설해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했지만 그 책임자를 느닷없이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으로 보낸 것은 ‘최악의 수’였다. 정치 초보라도 유분수다. 경기 평택을도 마찬가지다. 범여권 두 후보가 감정까지 드러내며 난타전을 벌인 끝에 합리적 보수의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민주당의 공천 실패가 핵심이다. 정청래 대표에겐 적잖은 상처가 될 것이다.
문제는 역시 국민의힘 패배에서 찾아야 한다. 자칫하면 서울과 대구에서도 질 뻔했다. 국민의힘이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된 얘기다. 그럼에도 장동혁 대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윤 어게인 세력’과 절연해야 한다는 충언도 무시했다. 외려 그들을 더 가까이 했다. 지방선거를 위해서라도 대표직을 사퇴하라는 당 안팎의 고언엔 외려 경고장을 날렸다. 중도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선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불러냈다. 장동혁 대표의 납득할 수 없는 이러한 언행이 민주당 승리의 동력이 된 셈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에도 서울시장 당선에 안주할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장동혁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 오세훈·한동훈 두 당선인은 장동혁 대표와 싸워서 승리를 거뒀다. 합리적 보수 세력이 극우 세력을 배제한 것이다. 극우 세력과 엮인 장동혁 체제는 이미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지 계속될 국민의힘 당권 싸움도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필자 주요 이력
△시사평론가(현) △인하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전) △혁신과미래연구원 원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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