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관광→잼버리…개발 잔혹史, 현대차그룹이 끊어낼까

  • [새만금 AI 수도로]

  • 35년간 개발 방향만 바뀐 새만금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새만금 사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개발의 무덤' 새만금 잔혹사를 현대차가 끊어낼 수 있을까. 현대차가 전북 새만금 일대를 피지컬 AI 본거지로 구축하기 위한 사업에 착수하면서 수십 년간 지지부진하던 개발 사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새만금 개발사업은 전북 군산·김제시, 부안군 앞바다에 세계 최장 방조제(33.9㎞)를 쌓아 총 409㎢ 규모의 산업·관광·농업 용지를 만드는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시작됐다. 1991년 11월 본격 착공해 올해 35년 차를 맞았지만 정치·환경·시대적 갈등에 따라 수차례 계획이 변경되며 부침을 겪었다. 현재까지 새만금에 투입된 국가 재정은 17조원에 달하지만 전체 조성 면적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8%만 매립이 완료되는 등 가시적 성과가 부진한 탓에 '개발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한다.

새만금 개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도시의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1991년 첫 삽을 뜰 당시에는 식량 자급률 제고를 위한 농지 확보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농지 수요가 감소하면서 개발 방향이 바뀌어 2000년대부터는 관광·레저 중심 도시로 변신을 시도했다.

대규모 중국 자본을 유치해 해외 관광을 유치하겠다는 콘셉트로 변화를 시도했지만 2017년 사드(THAAD) 사태 이후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실패로 끝났다. 2023년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새만금의 또 다른 상처로 남았다. 잼버리 사태로 국제적인 인프라 미흡 도시로 낙인이 찍히면서 새만금은 수십 년간 농업도시도 관광도시도 아닌 모호한 정체성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프로젝트가 새만금 개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변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는 농업이나 관광이 아닌 미래 산업에 초점을 맞춘 투자라는 점에서 기존 사업과 차별화된다는 평가다. 군산 풍력발전소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과 대규모 산업용지 확보 여건도 강점으로 꼽힌다.

새만금이 국내에 몇 없는 대규모 부지라는 점도 경쟁력이다. 현대차로서는 수도권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산업용지를 확보할 수 있다. 새만금개발청과 전북도가 제공하는 각종 인센티브도 무시하지 못할 강점으로 평가된다.

황지욱 전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미래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대규모 부지 확보와 각종 지원이 가능한 새만금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정주 여건 개선도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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