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전문직비자 10만달러 수수료는 위법"…현지 韓 기업 부담 줄어드나

  • "행정부 벌금 아닌 의회 승인 없는 세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UPI·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인 H-1B 신청 수수료를 10만 달러(약 1억5000만원)로 인상한 것은 위법하다는 미국 연방법원 1심 판단이 나왔다. 이에 미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의 리오 소로킨 판사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등 민주당 소속 20개 주 법무장관이 제기한 소송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H-1B 비자 10만 달러 수수료 부과 조치를 무효화했다.

소로킨 판사는 해당 수수료가 행정부가 부과할 수 있는 벌금이 아니라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세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판결문에서 "10만 달러 지급의 본질과 적용 방식을 보면, 그 명칭이 무엇이든 이는 세금이라는 점이 드러난다"고 밝혔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등 전문 직종 외국인 근로자에게 발급되는 비자다. 연간 발급 한도는 일반 6만5000건, 석사 이상 고학력자 대상 2만건 등 총 8만5000건이다. 기본 체류 기간은 3년이며 연장과 영주권 신청도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신규 H-1B 비자 신청에 10만 달러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고용주가 여러 조건에 따라 대체로 2000~5000달러 수준의 수수료를 부담했지만, 새 조치로 비용이 대폭 늘어나면서 기술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들이 H-1B 비자를 활용해 저임금 외국 인력을 들여오면서 미국인 일자리를 대체해왔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기업들은 H-1B 비자가 특정 분야의 미국 내 인력 부족을 메우는 데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수수료 인상 이후 H-1B 비자 신청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15일 기준 미국 이민국(USCIS)이 접수한 10만 달러 수수료 납부 건수는 85건에 그쳤다.

백악관은 항소 방침을 시사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외국인 입국을 제한할 법적 권한이 있다며 이번 결정이 항소심에서 뒤집힐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H-1B 비자를 활용해 전문 인력을 채용해왔다. USCIS의 H-1B 고용주 자료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 현재까지 삼성전자·삼성반도체 등은 24건, SK하이닉스·SK On 등은 16건, LG전자·LG에너지솔루션 등은 10건,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9건의 신규 고용 승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비자 수수료가 최종적으로 위법 판결을 받을 경우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당 자료만으로는 이 가운데 10만 달러 수수료 부과 대상이 된 사례가 몇 건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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