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키만 한 흰색 로봇이 주먹을 내밀었다. 양손으로 하트도 만들어 보였다.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관람객 쪽으로 향하자 곳곳에서 로봇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LG전자가 공개한 로봇 '클로이'다.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시연이었다.
9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피지컬AI 선도기술개발 사업 착수보고회' 현장. 이날 행사장에는 국내 피지컬AI 산업을 이끌 차세대 기술이 모였다.
클로이 시연이 끝나자 로보티즈가 개발 중인 세미 휴머노이드 로봇 'AI워커'가 등장했다. 이번에는 작업 능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VR헤드셋을 착용한 작업자가 양손을 움직이자 몇 미터 떨어진 AI워커의 로봇팔이 같은 동작을 따라 했다. 로봇은 테이블 위 물체를 집어 들자 다른 위치로 옮긴 뒤 다시 내려놓았다. 사람 손을 닮은 다섯 손가락이 물체를 쥐는 힘을 조절하며 움직였다.
이날 보고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추진하는 피지컬AI 선도기술개발 사업의 착수를 공식화하고 관련 기술 개발 방향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사업으로 외산 중심의 피지컬AI 시뮬레이션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월드모델 기술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월드모델은 AI가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과 환경 변화를 가상 공간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로, 향후 차세대 피지컬AI 파운데이션 모델 구현의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한국은 제조업 경쟁력과 AI 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국가로 피지컬AI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판단 아래 정부도 관련 전략 수립과 생태계 조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범용 모델은 단순 작업 수행을 넘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에이전트 수준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현실 데이터를 대체하고 보완할 수 있는 합성 데이터와 월드모델 기술 확보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업은 LG전자를 주관기관으로 마음AI, 홀리데이로보틱스, 로보티즈, 크라우드웍스, 알체라, KT,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대학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등 10개 산·학·연이 참여한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부터 2년간 총 340억원을 투입해 세계 최고 수준 성능을 단기간 내 확보한다는 목표다. 월드모델의 현실 시뮬레이션 성능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로의 전이 성능을 고도화해 월드모델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실제 로봇 최종 동작 성공률을 20%포인트(p) 향상시킬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단 기간 내 '월드모델 학습 →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연계 → 실증·성능 평가 → 사례 분석·재학습'으로 이어지는 실증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2년간 총 4회에 걸친 반복 검증을 진행한다. 최종 단계에서는 제조·물류 현장 실증을 통해 사업화 가능한 성과 창출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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