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온라인 유통의 성장과 유통시장 정책 개선 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온라인 유통시장 규모는 약 97조7400억원으로 2018년 48조500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온라인 유통 매출 비중은 2023년 전체 유통시장의 50%를 돌파한 데 이어 올 3월에는 60%에 달했다.
온라인 유통은 낮은 가격, 다양한 상품 구색, 낮은 탐색비용, 물류·배송 효율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보조적 채널에 머물렀던 온라인 유통이 이제는 유통산업의 핵심 축으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이후 온라인 주문, 모바일 주문, 새벽배송 등 플랫폼 기반 거래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법이 전제한 유통시장 구조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커졌다는 것이 KDI의 진단이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에는 영업시간·휴업일 규제가 적용되는 반면, 사실상 같은 소비자 수요를 두고 경쟁하는 온라인 플랫폼에는 이에 상응하는 규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KDI가 2020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신한카드 결제금액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온라인 유통 성장은 오프라인 유통 전체를 일방적으로 잠식하지는 않았다.
지역의 1인당 온라인 지출이 1% 증가할 때 해당 지역의 오프라인 전체 매출은 0.186% 증가했다. 온라인 소비 증가가 오프라인 전체 매출 감소로 곧장 이어진다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다.
다만 업태별로는 영향이 엇갈렸다. 온라인 지출이 1% 증가할 때 대형마트 매출은 0.264% 감소했다. 온라인 유통채널과 대형마트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반면 SSM 매출은 0.221%, 편의점은 0.324%, 기타 전문유통업은 0.356% 증가했다. KDI는 이들 업태가 소비자와의 물리적 근접성을 바탕으로 온라인 유통과 차별화된 수요 영역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유통 확대가 대형마트에는 수요를 빼앗는 ‘탈취효과’로 작용하지만, 근린 상권 기반 업태에는 즉시 구매, 신선식품 직접 확인, 가까운 거리의 편의 구매 등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켓배송 등 빠른 배송 체계는 오프라인 방문 빈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켓배송이 도입된 지역에서 온라인 지출이 1% 증가할 때 소비자 1인당 오프라인 결제 건수는 0.010%, 오프라인 유통업체당 소비자 수는 0.023% 추가 감소했다.
다만 KDI는 로켓배송이 아직 오프라인 전체 매출에 큰 변화를 주는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대신 배송 체계가 더 고도화될 경우 오프라인 유통시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책 방향으로는 온·오프라인 간 규제 형평성 확보를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온라인 유통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 보호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KDI는 현행 규제 체계가 오프라인 중심으로 설계된 데서 구조적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유통산업발전법 적용 범위가 오프라인 대형마트에 집중된 반면, 같은 소비자 수요를 흡수하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는 이에 상응하는 규율이 부족해 규제 부담이 특정 업태에 쏠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근거리 기반 소규모 오프라인 업체의 경쟁력 강화도 필요하다고 봤다. 전통시장과 편의점, SSM 등 오프라인 업체가 지역 내 소비자 접점을 강화하고 지역 특산품, 즉석 조리식품, 커뮤니티 기반 서비스 등 온라인으로 대체되기 어려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내부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 역시 과제로 꼽았다. 특정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장 집중이 심화될 경우 소비자 편익 증대라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입점 사업자에 대한 교섭력 불균형, 수수료 인상, 자사 상품 우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KDI는 “향후 법 개정 논의에서는 온·오프라인 채널 간 규제 형평성을 확보해 어느 한쪽에만 부담이 집중되지 않는 균형 잡힌 규제 틀을 설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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