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의 거래에서 '을(乙)'의 위치에 서 왔던 중소기업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협의요청권' 도입이 추진된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공정거래위원회와 손잡고 공정거래법상 담합 규제 예외라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일선 현장의 중소기업 협동조합들도 환영 의사를 전했다.
21일 관가 및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중기협동조합 협의요청권 부여 방안'을 보고하고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나섰다. 개별 중소기업이 아닌 중기협동조합이 대기업 등 거래 상대방을 대상으로 가격이나 납품 조건 변경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다음 달 예정된 중기부 업무보고에서도 이 사안이 주요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핵심은 '공정거래법상 담합 배제'다. 현행법상 사업자들이 모여 납품 가격이나 거래 조건을 공동으로 협의하면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담합)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에 중기부는 공정위 등과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협동조합을 통한 정당한 협의 및 조정 행위에 한해서는 담합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뜻을 모았다. 협의 요청을 받은 대기업은 이에 응할 의무가 생기며, 불응 시 중기부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12월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지시한 이후 국정과제로 속도감 있게 추진됐다. 개별 기업 단위로는 대기업의 단가 깎기나 불공정 거래 요구에 대응하기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중기부 관계자는 "협의요청권과 관련해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원이 민주당 의원 등이 법안을 발의한 상태"라며 "발의된 개정안 중심으로 중기협동조합법 개정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환영 입장을 밝힌 협동조합 측은 네이버 대표 출신으로 민간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시장 상생 문화를 잘 아는 한성숙 국무총리가 부처 간 난제를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입법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신봉호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출신인 한 총리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국무회의 결정은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도 지난 10일 '2026년 제1차 협동조합활성화위원회'를 열고 '협의요청권' 도입 추진 현황에 대해 논의하면서 법 개정에 힘을 더했다.
서재윤 중기중앙회 협동조합본부장은 "중기부와 공정위에서 지난해부터 실무 초안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중기중앙회 역시 간접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현안이 강하게 추진되고 있는 만큼 올해 안에 조속히 마무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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