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카지노 라운지] 카지노 규제, 답은 균형에 있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관광학회가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관광대국 시대 카지노업 제도 선진화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기수정 기자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관광학회가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관광대국 시대, 카지노업 제도 선진화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기수정 기자]
30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카지노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많지 않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장은 커졌지만 허가 이후 사업자의 적격성과 경영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제도는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 관광진흥개발기금 부과 체계 역시 1995년 도입된 이후 큰 틀을 유지해 왔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카지노업 제도 선진화 방향 토론회'는 이런 문제를 둘러싼 시각차를 그대로 보여줬다. 정부와 학계는 공공성과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업계는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쟁점은 5년 주기의 갱신허가제 도입과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률 조정이었다.

정부의 문제의식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카지노업은 일반 관광사업과 달리 국가가 제한적으로 허가한 산업이다. 사업자의 재무 건전성과 준법 경영, 지배구조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산업 규모가 커진 만큼 공적 책임도 현실에 맞게 조정하겠다는 취지다.

갱신허가제를 운영하는 해외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제도가 같다고 해서 시장 환경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해외 복합리조트 상당수는 내국인 수요까지 기반으로 하지만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애초부터 시장 구조가 다르다. 같은 잣대를 적용하기 전에 어떤 차이를 반영해야 하는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토론회를 들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부와 업계 모두 틀린 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정부는 산업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이야기했다. 반면 업계는 지금도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현장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팬데믹을 지나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대규모 투자로 조성된 복합리조트는 여전히 막대한 금융비용을 감당하고 있다. 토론회에서도 한 복합리조트 관계자는 연간 금융비용만 12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초기 투자비 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산업 특성상 새로운 부담이 투자 축소와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관광진흥개발기금 인상안 역시 단순히 부담률 숫자만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 정부는 최고 15%의 부담률을 전체 매출에 일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누진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사업장마다 수익 구조와 투자 규모, 차입금 규모가 다른 만큼 실제 부담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매출 증가만을 근거로 정책을 설계하기보다 영업이익과 투자 여력, 외화 획득 효과, 고용 기여도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더 큰 변수는 시간이다.

2030년 일본 오사카 복합리조트가 문을 열면 동북아 카지노 시장의 경쟁 구도는 지금과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인 운영사와 대규모 호텔, 국제회의장, 쇼핑·문화시설을 갖춘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는 셈이다. 한국 카지노 산업은 제도 개편을 논의하는 동시에 더 치열한 경쟁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책의 방향도 분명해야 한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경쟁력까지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갱신허가제를 도입한다면 심사 기준과 취소 사유를 명확히 공개해 사업자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가자의 자의적 판단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도 필요하다. 신규 투자 사업장에는 충분한 경과 기간을 두는 방안 역시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금 부담을 조정한다면 사용처도 분명해야 한다. 카지노에서 걷은 재원이 관광 인프라 확충과 전문인력 양성, 책임도박 예방은 물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실질적으로 활용된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고용 확대나 비카지노 시설 투자, 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한 사업자에게는 합리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충분히 논의할 만하다.

업계 역시 변화의 필요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경영 투명성과 내부통제 강화, 책임도박 시스템 구축은 규제 여부와 별개로 산업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이다. 이를 외면한 채 부담만 줄여 달라는 요구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이번 논의는 규제를 강화할 것인지, 산업을 보호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해야 산업의 신뢰를 높이면서도 경쟁력을 지킬 것인지를 찾는 과정이다. 정부가 공공성만 앞세워 산업 현실을 놓쳐서도 안 되고, 업계 역시 생존만을 이유로 변화 자체를 거부해서도 안 된다.

2030년 오사카 복합리조트 개장을 앞둔 지금 한국 카지노 산업에 필요한 것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정책이 아니다. 정부와 업계가 함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제도다. 좋은 규제는 산업을 위축시키는 규제가 아니라 산업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규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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