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 AI가 지배하는 공론의 장…'생각의 평균화'

이춘구 언론인
[이춘구 언론인]
 


 
요즘 언론에 게재되는 칼럼이나 공공기관 보도 자료 등에서 AI의 지원을 받아 쓰는 경향이 풍미하는 것을 보게 된다. 문체나 화법 등에서 그것을 찾을 수 있다. 이럴 경우 글쓴이의 개성은 약해지고, ChatGPT 등 AI의 생각이나 의도대로 세상의 공론이 정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AI가 지배하는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문제의식은 앞으로 10년간 언론과 학계,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논쟁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AI는 공론의 주체가 돼서는 안 되고, 인간의 사고를 돕는 도구여야 한다. 만약 AI가 인간의 사고를 대신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공론의 장의 빈곤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AI가 공론의 장을 지배하는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요즘 신문 칼럼, 공공기관 보도자료, 기업 홍보문 등을 읽으면 상당수가 비슷한 문체를 띠고 있다. AI에 의존하는 글은 지나치게 균형적이거나 매끄럽지만 개성이 없으며, "한편", "또한", "무엇보다" 같은 연결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또한 결론이 무난하거나 비판도 완곡하며, 문장이 일정한 길이로 반복되는 경향이다. 언어학 연구에서는 AI가 생성한 글은 인간보다 문체의 변동성이 적고 일관성이 높아 쉽게 비슷한 스타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AI는 철학자가 아니며, 혁명가도 예술가도 아니기 때문이다. AI는 수많은 인간 언어의 평균적인 확률을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가장 안전하거나 가장 많이 쓰이며, 가장 수용성이 높은 표현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험이기도 하다. 가장 큰 위험은 '평균화'(Homogenization)의 위험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A 칼럼니스트, B 교수, C 기자 모두 글을 읽으면 누가 썼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AI 의존이 커질수록 대체로 "균형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야 한다."처럼 비슷한 어휘와 논리 구조를 사용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AI가 인간 표현의 다양성을 줄이고 집단 창의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체와 함께 우려되는 생각의 평균화
인간의 경험이 만드는 생각이 발전의 원동력
 
문체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사고방식, 생각의 평균화이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실패, 분노, 감동, 철학, 신념 등에서 생각을 만든다. 그러나 AI는 확률적으로 가장 적절한 문장을 만든다. 그래서 AI가 글을 대신 쓰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들며, 정리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결국 생각의 깊이도 얕아질 위험이 있는 것이다.

공론의 장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공공기관은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한다. 공공기관 보도자료는 사실상 국민에게 정책을 설명하는 문서이다. 여기에 AI 문체가 과도하게 들어가면 정책 철학이 약해질 수 있다. 원래는 "우리는 농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이 정책을 추진한다."라는 철학이 있었는데, AI가 정리하면 "농업 경쟁력 제고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정책을 추진한다."처럼 무난한 문장으로 변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책의 영혼은 약해질 수 있다. 언론은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언론의 생명은 공동체의 문제 제기이다. 그러나 AI는 극단적 표현, 강한 단정, 새로운 주장에 매우 신중하다. 그래서 AI에만 의존하면 언론이 비판 정신보다 정리 능력만 좋아질 수도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AI를 부정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AI는 자료 정리나 논리 점검, 반론 제시, 객관성 검토, 중복 제거, 오탈자 수정 등에서 장점도 있다. 이런 일은 사람보다 잘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필자는 ChatGPT와 대화를 통해 오류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필자는 초안을 작성하고 ChatGPT는 논리의 허점, 사실성, 객관성, 논리성, 공정성, 유용성, 균형성 등을 함께 검토하는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다. AI가 먼저 쓰고 사람이 고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 생각하고 AI가 검토하는 구조이다. 그럴 때 최종 글은 사용자의 것이며, AI는 사고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필자는 이것이 공론의 장에 참여할 때 AI 활용의 바람직한 사례라고 판단한다.
 
AI로부터 공론의 장을 지키려면
AI 활용의 투명성 등을 높여야
 
인간이 민주주의의 기초 인프라인 공론의 장을 AI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먼저 AI 활용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필요한 경우 AI의 활용 사실이나 범위를 밝히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독자가 글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최종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 AI는 의도와 책임을 가진 저자가 아니며, 결과물의 책임은 작성자에게 있다. 셋째 개성의 의도적 유지이다. 경험, 현장성, 문제의식, 자신만의 표현을 의식적으로 남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AI를 '초안 작성자'가 아니라 '비평가'로 활용하는 것이다. 자료 정리, 반론 제시, 오류 검토에 강점을 활용하는 편이 인간의 사고력을 더 잘 보존할 수 있다. 다섯째 비판적 독해 교육 강화이다. 독자는 '문장이 매끄러운가'보다 '누가 어떤 책임과 근거로 주장하는가'를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필자는 AI시대가 깊어질수록 역설적으로 인간다운 글의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AI는 논리를 잘 만들 수 있지만 인생을 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현장을 직접 걷고, 실패를 겪고, 주민과 대화하며, 수십 년 동안 하나의 문제를 붙들고 축적한 통찰은 통계적 언어 모델만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미래 AI혁명시대에는 단순히 "잘 쓴 글"보다 "누가 어떤 삶과 책임을 바탕으로 쓴 글인가"가 더욱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AI는 사용자를 대신해 세계관을 만들거나 공론을 결정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용자의 사고를 더 치밀하게 검토하고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대화 상대이자 분석 도구이다. 이 문제는 기술이 민주주의의 공론의 장과 저자성, 그리고 인간의 사고 자체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이다. 언론인과 연구자, 정책 입안자들이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할 시대적 과제이다.

 이춘구 필자 주요 약력

△전 KBS 보도본부 기자△국민연금공단 감사△전 한국감사협회 부회장△전 한러대화(KRD) 언론사회분과위원회 위원△전 전라북도국제교류센터 전문 자문위원△전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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