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이 다음 달 16일 서울에 모인다. 우리 정부가 이들을 한자리에 부르는 건 처음이다. 남은 날짜는 40여 일. 외교부는 4일 오후 준비위원회를 열고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다.
정부가 이 지역을 보는 이유는 땅속에 있다. 카자흐스탄이 지난해 캐낸 우라늄은 2만5839톤. 세계 생산량의 40% 수준이다. 2009년부터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고, 세계 우라늄 자원의 14%가 이 나라에 묻혀 있다. 세계원자력협회 집계다. 원전 26기를 돌리는 우리는 중국, 인도와 함께 이 우라늄의 주요 고객이다.
우라늄만 있는 것도 아니다. 중앙 아시아 5개국에서는 석유와 가스, 희토류가 함께 나온다. 2022년 기준 카자흐스탄은 우리 티타늄 수입 상대국 3위, 크롬은 10위였다. 바나듐과 니켈도 여기서 들여온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 한·중앙아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하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질서와 에너지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에너지 핵심 광물이 풍부하고 또 지정학적으로 중요성이 큰 중앙아시아와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로서는 매우 중요한 정상회의"라고 말했다.
원하는 것도 감추지 않았다. 조 장관은 "공급망 통관 규제 협력을 강화해서 교역과 투자를 확대하고 에너지 핵심광물 인프라 분야에서 호혜적인 실질 협력을 증진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9월 회의에서 얻어내려는 성과는 모두 다섯 가지다. 자원 협력은 그중 하나다. 나머지는 정상회의 자체의 정례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앙아 국가들의 지지 확보, 테러와 초국가범죄·마약·사이버 위협 대응 협력, 그리고 AI와 디지털·지식재산권·기후변화 대응으로 협력의 폭을 넓히는 일이다.
다섯 번째는 사람이다. 조 장관이 가장 길게 말한 대목이기도 하다.
조 장관은 "특히 중앙아시아에 있는 약 32만의 고려인 동포사회가 양 지역을 잇는 가교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또 2027년 고려인 중앙아시아 정주 90주년을 계기로 동포사회의 역사적 기여를 재조명하는 협력 사업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고려인은 19세기 말부터 연해주로 건너간 조선인들의 후손이다. 1937년 스탈린 정권은 이들을 화물열차에 실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보냈다. 몇 주 사이에 약 17만 2000명이 강제 이주길에 올랐고, 이송 도중과 첫 겨울에 숨진 사람이 적지 않았다. 2027년은 그로부터 90년이 되는 해다.
그 후손들이 지금 역내 최대 한인 사회를 이루고 있다. 외교부가 고려인을 외교 자산으로 보는 이유다. 조 장관은 교육과 문화, 한국어 보급, 유학생과 산업인력 교류도 함께 늘리겠다고 했다.
사실 이 대열에 한국은 가장 늦게 합류하는 쪽이다. 중앙아 5개국은 2018년부터 자기들끼리 정상회의를 정례화했고, 미국과 중국·일본·러시아·유럽연합(EU)과도 이미 정상급으로 마주 앉아 왔다.
조 장관은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2018년부터 역내 정상회의를 정례화해 왔고 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EU 등 주요국과 정상회의를 가져왔다"며 "이번에 우리 정부 역시 우리 중심의 실용 외교와 외교 다변화를 그 기조로 삼고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서 신북방정책을 계승 발전시키고 또 중앙아시아와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북방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몽골을 향한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내걸었던 이름이다. 조 장관은 그 이름을 그대로 가져오되 이재명 정부의 외교 다변화 기조에 붙였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 간의 교류는 이전부터 있었다. 한·중앙아시아 협력포럼은 2007년부터 해마다 외교장관급으로 열려왔다.
조 장관은 "이제 이러한 장관급 협력 기반을 정상급으로 격상시키고 또 정례화함으로써 한-중앙아 관계를 보다 전략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협력 체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정상회의를 앞둔 마지막 준비위원회였다.
조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회의는 다가오는 9월 16일부터 개최되는 정상회의 사실상 마지막 준비 회의 성격"이라며 남은 문제는 실무선에서 계속 발굴하고 해소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5개국 정상과 모두 통화해 정상회의 구상을 직접 설명하고 초청했다. 지난해 12월 다섯 명 전원이 참석을 확정했다. 각국 장관과 기업인, 기자단을 합쳐 600명 규모의 대표단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1차 준비위 이후로는 차관급 고위관계자 회의가 서울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에서 세 차례 열렸다. 각국과의 경제공동위원회와 정책협의회, 영사협의회도 돌아갔다. 민간자문위원회는 분야별 전문성을 보탰다.
남은 일도 있다. 성과 사업 협의가 아직 진행 중이다.
조 장관은 "각 부처에서는 협의 중인 성과 사업이 조속히 타결되고 부대행사가 차질 없이 준비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챙겨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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