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소비지형 바꾸다] 수박도 고기도 '소포장'으로…필요한 만큼 사고 남기지 않아요

  • 편의점 200g 양념육 등 신선식품 인기…대형마트 조각과일 매출↑

  • 소용량, 손질·폐기 부담 덜어…유통업계, 1·2인가구 중심 상품 경쟁

 
롯데마트 관계자가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 간편과일 매대에서 소용량 조각과일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롯데마트
롯데마트 관계자가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 간편과일 매대에서 소용량 조각과일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롯데마트]

퇴근길 서울 양천구 한 편의점. 직장인 이종혁씨(35) 장바구니에는 도시락이나 컵라면 대신 200g 단위로 포장된 냉장 삼겹살 한 팩, 한 끼 분량 깐 마늘과 쌈채소 세트, 반 모짜리 두부가 담겼다. 이씨는 “혼자 먹을 건데 대형마트에서 대용량으로 샀다가 못 먹고 버린 식재료비가 더 든다”며 “퇴근길 동네 편의점에서 그날 먹을 양만 딱 맞춰 사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간편식과 간식에서 시작된 소포장 경쟁이 고기와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 중 66%를 차지하면서 유통업계의 가성비 공식도 ‘많이 살수록 싸다’에서 ‘필요한 만큼 사고 남기지 않는다’로 바뀌는 모습이다. 편의점은 집 앞 장보기 채널로,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저가 소용량 델리 매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GS25의 1~7월 축산가공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90% 증가했다. 지난 1월 제육볶음과 고추장삼겹살, 소불고기 등을 200g씩 담은 4900원짜리 ‘한 끼 양념육’을 출시한 것이 주효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수요가 확인되자 이달에는 국내산 한돈과 저당 소스를 활용한 양념육 2종도 추가했다. 지난 2월 내놓은 ‘한끼 딱 채소’도 버섯과 상추, 대파, 오이, 마늘 등 14종으로 구성해 누적 판매량 6만개를 넘어섰다.
 
CU도 신선식품 구성을 강화하고 있다. CU의 1~7월 과일·채소 매출은 19.7%, 정육은 23.4% 증가했다. 생과일 키오스크 운영 점포는 1월 약 8곳에서 6월 약 50곳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매출은 약 9배 뛰었다. 도시락과 즉석식품 중심이던 편의점이 과일과 채소, 고기까지 구매하는 근거리 장보기 채널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에서는 손질 과일과 채소가 대용량 상품의 자리를 파고들고 있다. 이마트의 600g 조각 수박은 지난 6~7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약 51% 늘었다. 한 번에 먹기 적당한 양으로 줄이고 껍질을 제거해 음식물 쓰레기 부담을 낮춘 점이 주효했다. 이마트는 자체 신선 물류센터 ‘후레쉬센터’에 절단 기기와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해 위생과 품질 관리도 강화했다. 올해 1~7월 손질 나물과 냉동 채소 매출은 각각 약 5%, 13% 증가했다.
 
롯데마트·슈퍼는 지난 5월 조각 과일 용량을 150g에서 200g으로 늘리면서 가격은 2990원으로 유지했다. 올해 1~7월 소용량 조각 과일 매출은 89% 증가했고, 상품 개편 이후 두 달간 184% 뛰었다. 수박과 멜론, 사과, 파인애플뿐 아니라 두 종류를 함께 담은 혼합 과일도 판매한다. 깐 대파와 깐 양파, 파채 등 바로 조리에 활용할 수 있는 소용량 채소도 확대하고 있다.
 
SSM도 소용량 먹거리 제품 판매 경쟁에 뛰어들었다. GS더프레시가 지난 2월 출시한 1~2인용 즉석조리식품 브랜드 ‘간편한끼’의 7월 매출은 출시 첫 달보다 465% 늘었다. 초기에는 튀김류 중심이었지만 판매가 늘면서 제육쌈채소비빔밥과 눈꽃치즈미트파스타, 돈가스 모둠 등 식사류로 구성을 확대했다. 롯데슈퍼도 3990~4990원대 소용량 델리 상품을 늘리고 있으며,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올해 상반기 델리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0.9% 증가했다.
 
소용량 상품은 같은 중량을 기준으로 하면 대용량보다 비쌀 수 있지만 혼자 먹고 남기는 비용과 보관 공간, 손질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받고 있다. 유통업체들도 구매 빈도를 높이고 폐기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상품 구색과 점포 운영을 1·2인 가구 중심으로 재편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는 단순히 작은 용량이 아니라 보관과 조리, 폐기 비용까지 따져 상품을 고른다”며 “앞으로는 용량과 가격, 포장, 진열 방식을 1·2인 가구 생활에 맞춰 설계하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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