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용범·이억원도 읽어봤을 '文정부 부동산 정책실패' 비망록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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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단임제'라는 권력구조는 필연적으로 조급함을 부른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지만 3년 혹은 4년차가 되면 풍선 바람 빠지듯 권력의 힘도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 사이 국민 여론을 등 돌리게 만들 실정(失政)을 하거나, 정권을 뒤흔들 '게이트'라도 터지면 그 시기는 더 빨라진다. 역대 정권이 모두 이런 경로를 밟았다. 연착륙이냐, 급추락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필연적 조급함은 '속도'에 집착하게 만든다. 실제로 일할 시간은 임기 초 1~2년뿐이란 인식 때문이다. 그래서 지지율이 비교적 높은 집권 1년차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창출하려 애쓴다. 물론 이런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거나 가시적 성과를 낸 정권은 별로 없다. 오히려 역대 정권의 집권 1~2년차는 대체로 혼란스러웠다. 지난 20년이 그랬다. 이명박 정권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미국산 소고기 문제로, 박근혜 정권은 경제민주화 공약파기 논란으로 집권 초반부를 보냈다. 문재인 정권은 그나마 나았지만 2년차 들어 정책 추진동력이 약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철학과 전략이 빈약했던 윤석열 정권은 논외다. 

그런 측면에서 출범 15개월차 이재명 정부의 시작은 더할 나위가 없었다. '일 잘하는 실용정부'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경제 전반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 집권 초반기 국정 지지도 흐름만 따지면 이재명 정부는 역대 정권 중 문재인 정부와 닮았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성사 등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았듯이, 이재명 정부는 임기 5년 내 달성 목표였던 '코스피 5000 시대' 공약을 단기간에 이뤄냈다. 특히 코스피는 집권 1년을 갓 지난 시점엔 '9000피'도 달성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분이란 평가도 있지만 상법 개정 등 정책적 노력을 폄훼할 수는 없다. 가파르게 치솟는 코스피 지수와 연동돼 지지율이 60~70%대로 오른 건 당연했다. 지리멸렬한 야당 복(福)은 덤이다.

하지만 2년차에 접어들면서 분위기는 묘하게 바뀌는 중이다. 당장 국정 지지도가 6월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6월 3주차 이재명 대통령 국정지지도에 '데드 크로스'가 처음 나타났다. 8월 1주차엔 그 격차가 10%포인트(긍정 43.3%, 부정 53.0%) 가까이 벌어졌다. 잘나가던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차인 2018년 하반기 들어 지지율이 급락한 것과 닮았다. 특히 국정 지지도 급락을 부른 요인이 '부동산'이란 것도 비슷하다. 8·3 부동산 세제 대책, 8·13 공급대책을 내놓았는데도 좀처럼 여론이 바뀔 것 같지 않은 흐름도 문재인 정부 때와 대동소이하다. 그래서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청와대와 여당에서 나오는 말 속에서 상당한 '위기감'이 읽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러다 부동산 문제에 있어 '문재인 정부 시즌2'가 되는 것 아니냐는 속내일 것이다. 

물론 현 시점에서 이재명 정부 부동산 대책의 성패를 따지기엔 이르다. 부동산 세제개편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수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지켜봐야 하고, 공급 대책이 시장에 미칠 효과도 시차를 두고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당장 여론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해 진보도, 보수도, 집 가진 자도, 집 없는 자도 불만이었듯이 지금 이재명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도 여당 내부와 청년층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 설상가상으로 파죽지세와 같던 증시 급등세도 한풀 꺾인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28번의 대책을 남발한 문재인 정부의 길을 다시금 걸을까, 아니면 다른 길을 따를까. 예측과 전망은 어렵지만 참고할 만한 게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수현 교수가 쓴 <부동산과 정치>라는 책이다. 김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설계자다. 이 책은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했던 부동산 정책에 관한 비망록이자 징비록이다.

김 전 실장은 책에서 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을 '글로벌 유동성' 탓으로 돌리긴 했지만 현 정부 정책 입안자들이 곱씹어볼 만한 포인트도 제시했다. 그는 그걸 "문재인 정부의 좌절에서 배우고 성찰해야 할 것들"이라고 표현했다.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겠다는 징벌적 과세의 문제점, 수요에 비해 더딘 주택공급의 한계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그가 뼈아프게 여긴 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상실'이었다.

김 전 실장의 책은 이재명 정부 청와대와 경제부처 관료들도 다 읽어봤을 것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당시 김 전 실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을 만든 핵심 관료들이었다. 그들이 10여년 전 정책 실패에서 무엇을 얻고 느꼈는지가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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