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동네 성당으로 '수어 미사' 넓힌다

  • 23일부터 등촌1동 성당서 매주 주일 오전 11시 봉헌

  • 농인 신자의 '종교적 접근권' 보장…에파타 성당 봉사자 파견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오른쪽이 지난 5월 서울애화학교 개교 50주년 기념 미사에서 강론하는 동안 부제가 수어로 통역하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오는 23일부터 등촌1동 성당의 매주 주일 오전 11시 교중미사에 수어 통역을 제공한다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오른쪽)이 지난 5월 서울애화학교 개교 50주년 기념 미사에서 강론하는 동안 부제가 수어로 통역하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오는 23일부터 등촌1동 성당의 매주 주일 오전 11시 교중미사에 수어 통역을 제공한다.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농인 신자들이 생활권 내 성당에서 보다 편리하게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수어 통역 미사'를 확대한다. 농인 신자들이 특정 성당까지 장거리를 이동해야 했던 불편을 줄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지역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조치다.
 
서울대교구는 오는 23일부터 서울 강서구 등촌1동 성당에서 매주 주일 오전 11시 교중미사에 수어 통역을 제공한다고 20일 밝혔다. 통역은 교구 내 농인 공동체인 에파타 성당 자원봉사분과 소속 봉사자들이 매주 2명씩 파견돼 맡는다.
 
등촌1동 성당이 새로운 수어 통역 미사 본당으로 선정된 데에는 강서지역에 거주하는 농인 신자들의 접근성이 고려됐다. 서울대교구는 현재 개봉동 성당과 행운동 성당에서도 수어 통역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교구 장애인 사목 특임사제 나오진 신부는 "강서지역에 거주하는 농인 신자들이 보다 가까운 곳에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등촌1동 성당에서 수어 통역 미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순택 서울대교구장은 수어 통역 미사가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장애인의 종교적 접근권을 보장하는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주교는 "농인이 미사에 참여하기 어려운 이유는 청각장애 자체 때문이 아니라 수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는 환경에 있다"며 "본당에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는 것은 농인 신자들이 신앙 공동체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실천"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이해해야 한다"며 "등촌1동 본당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차별 없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포용적인 공동체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디뎌 준 데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의 농인 사목은 에파타 성당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 에파타 성당은 농인 신자들이 자신의 언어인 수어로 미사와 교리교육에 참여하도록 돕는 특수 본당이다. 청각장애인 사제인 박민서 신부와 김동준 신부가 직접 농인 신자들과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며 사목하고 있다.
 
이번 등촌1동 성당 수어 통역 미사는 농인 신자들이 별도의 특수 본당을 찾아가지 않고도 거주지 인근 본당에서 비장애인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농인 사목의 외연을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나오진 신부는 첫 수어 통역 미사가 열리는 23일 등촌1동 성당에서 김미현 아녜스 등 에파타 성당 수어 통역 봉사자 9명에게 서울대교구 '본당 미사 수어통역사' 임명장을 교구장을 대신해 수여할 예정이다.
 
서울대교구는 우선 등촌1동 성당의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선 사항을 보완한 뒤 다른 지역 본당으로의 확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현재 수어 통역 봉사자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추가 확대를 위해서는 전문 봉사자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교구 관계자는 "농인 신자들이 장애로 인해 신앙생활에서 소외되지 않고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의 본당 공동체 안에서 미사와 신앙생활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목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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