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사업 청탁을 대가로 고가의 금품을 받은 이른바 '매관매직'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김건희 여사가 항소심 첫 공판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김 여사 측은 일부 선물을 받은 처신은 반성한다면서도 금품과 청탁 사이에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15-3부(성언주·원익선·이희준 고법판사)는 26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 여사의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 여사 측은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양형 부당을 항소 이유로 제시했다. 변호인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은 새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선물을 전달했을 뿐"이라며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에게 받은 금거북이와 세한도 복제품도 친분에 따른 의례적 교류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 배우자로서 본분을 망각하고 일부 선물을 수수하는 등 신중하지 못한 처신을 뼈저리게 반성한다"면서도 1심이 선고한 징역 7년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호소했다.
반면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별검사)은 김 여사 측 주장이 1심에서 이미 제기돼 배척됐다며 항소 기각을 요청했다.
이날 재판에는 김 여사를 오랫동안 수행한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여사 측은 사업가 서성빈씨에게서 받은 3990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가 사업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 구매대행을 부탁한 물품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정 전 행정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정 전 행정관은 김 여사가 평소 수행원들에게 물품을 대신 결제하게 한 뒤 현금으로 정산했다고 증언했다. 자신도 김 여사의 부탁으로 2022년 12월 147만원 상당의 꽃병을 사고, 이듬해 1월에는 1325만원 상당의 그릇을 구매한 뒤 현금으로 대금을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정 전 행정관은 그릇에 대해 "외국 국빈에게 다과를 대접해야 하는데, 관저에 있던 그릇은 1980년대 제작돼 국격에 맞지 않았다"며 김 여사가 국빈 티타임용으로 사비를 들여 백화점에서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꽃병은 관저의 꽃 장식 비용을 줄이기 위해 김 여사가 직접 꽃꽂이를 배우면서 마련했다고 했다.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퇴직 후 김 여사에게 매달 500만~1000만원의 생활비를 현금으로 줬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 전 행정관은 김 여사가 사저 안방에서 현금이 든 봉투를 꺼내 서씨에게 전달하는 모습도 봤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돈이 시계 구매대행 대금이라는 점을 어떻게 알았느냐는 특검 질문에는 "그렇지 않고서는 돈을 줄 리가 없고 이후 시계를 가져왔기 때문에 시계값이라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특검은 다른 구매대행 물품과 달리 수천만원대 시계는 김 여사가 받은 뒤에도 대금이 모두 지급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여사 측은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게 받았다고 지목된 이우환 화백의 작품 '점으로부터 No.800298'이 위작일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감정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위작으로 판정돼 가치가 0원이 되더라도 알선수재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김 전 부장검사가 1억4000만원을 지급해 매수한 그림을 수수한 사실 자체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그림의 진위나 현재 가치보다 금품 수수와 공무원 직무에 관한 알선 사이의 대가 관계를 중점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1심은 김 여사가 이 회장에게서 맏사위 인사 청탁 등과 함께 1억38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받고, 이 전 위원장에게서 금거북이와 세한도 복제품을 수수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서씨에게 사업 지원 청탁과 함께 손목시계를 받고, 김 전 부장검사에게 총선 공천 청탁의 대가로 그림을 받은 혐의도 유죄로 인정해 징역 7년과 추징금 648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9일 양측의 최종 의견을 듣고 변론을 종결한 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같은 달 22일 선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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