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 人터뷰] "텅 빈 상가 공실을 창고로"…남성훈 아이엠박스 대표의 공실 해법

  • 8년 정체기 끝에 상가·지산에서 성장 돌파구…전국 280개 지점으로 확대

  • 주거비 상승·다운사이징에 개인 창고 수요↑…2029년 1000개 지점 목표

남성훈 아이엠박스 대표는 25일 선릉역 인근 아이엠박스 사무실에서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은별 기자
남성훈 아이엠박스 대표는 25일 선릉역 인근 아이엠박스 사무실에서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은별 기자]
 
상가와 지식산업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이 장기화하면서 비어 있는 공간을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 물품을 보관하는 셀프스토리지가 주거비 상승과 1인가구 증가에 따른 수요를 바탕으로 상업용 부동산의 새로운 활용처로 떠오르고 있다.
 
남성훈 아이엠박스 대표는 최근 아주경제와 만나 “셀프스토리지는 입지나 상권에 크게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공실이 많은 곳에 들어갈 수 있다”며 “공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 대표가 셀프스토리지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대학 졸업 무렵 친구 집에 자신의 짐을 맡겨뒀다가 친구로부터 “짐을 빨리 찾아가 달라”는 연락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짐을 잠시 맡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1인 가구나 대학생 등에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는 이전에도 벤처·스타트업과 쇼핑몰, 플랫폼 등 여러 사업을 경험했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사업은 외부 투자를 받지 못하면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고 성장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느꼈다. 이에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사업을 찾던 중 해외에서 셀프스토리지 시장을 접했다.
 
남 대표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큰 산업으로 자리 잡은 사업이었지만 당시 한국에는 제대로 구축된 시장이 없었다”며 창업을 결심했다.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 위치했던 아이엠박스 첫보관소에서 찍은 사진[사진=아이엠박스 제공]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 위치했던 아이엠박스 첫 보관소에서 찍은 사진[사진=아이엠박스 제공]
아이엠박스라는 이름도 초기 사업 모델에서 비롯됐다. 당시에는 고객의 짐을 박스 단위로 받아 보관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2015년 서울 송파구 삼전동의 한 지하 공간에서 첫 보관소를 열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활용해 공간을 확보한 뒤 고객이 택배로 보내온 짐을 박스째 선반에 보관했다.

초기 주요 고객은 1인 가구와 대학생이었다. 이사를 앞두고 잠시 짐을 맡겨야 하는 사람이나 기숙사를 비워야 하는 대학생이 택배를 통해 짐을 보내면 보관했다가 다시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는 방식이었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한계를 체감한 남 대표는 경기도 외곽의 소형 물류창고를 빌리고 컨테이너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창업 후 2022년까지 약 7~8년 간 사업은 정체됐다. 

돌파구는 뜻밖에도 부동산 시장에서 나왔다. 셀프스토리지는 지점 하나를 만들 때마다 시설비와 임대료 등 초기 비용이 들어가는 장치산업인 만큼 자체적으로 지점을 빠르게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중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 문제에 주목하게 됐다.
 
남 대표는 공실을 가진 임대인이 시설비를 부담하면 아이엠박스가 공간을 운영해 수익을 나누는 방식의 모델을 구상했다. 이후 블로그를 통해 공실을 가진 임대인들에게 “셀프스토리지 지점을 열어보라”고 직접 홍보했고, 예상보다 빠르게 첫 계약이 성사됐다.
 
그렇게 문을 연 곳이 인천 논현점이다. 당시 셀프스토리지 개념이 생소해 계약자 가족들이 찾아와 계약을 해지해달라고 요구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남 대표는 “셀프스토리지라는 사업 자체를 사람들이 잘 몰랐다”며 “하지만 지금은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경기도 구리시 아천동에 위치했던 과거 아이엠박스 아치울점 [사진=아이엠박스 제공]
경기도 구리시 아천동에 위치했던 과거 아이엠박스 아치울점 [사진=아이엠박스 제공]

현재 아이엠박스는 전국 28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남 대표는 특히 셀프스토리지의 특성상 일반 상업시설과 달리 입지나 상권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 대표는 앞으로 상업용 부동산 공실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개발사업 과정에서 공급된 상업시설과 지식산업센터가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는 데다 이를 채울 임차 수요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셀프스토리지 수요를 뒷받침하는 환경은 확대되고 있다고 봤다. 특히 주거비 상승과 주거공간의 다운사이징을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남 대표는 “예전에는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이제는 주거비 부담 때문에 넓은 집으로 옮기기 어려워졌다”며 “좁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짐을 줄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가지고 있는 물건을 모두 버릴 수는 없기 때문에 개인 창고를 찾는 수요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이엠박스의 고객이 지불하는 월 이용료는 현재 약 5억원 수준이다. 회사는 이를 향후 30억원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익성도 아이엠박스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남 대표는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자기자본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면서 연평균 30%에 가까운 수익률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엠박스의 사업 모델은 시설 투자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도어락과 출입문 QR 시스템 등을 활용해 완전 자동화에 필요한 대규모 시설 투자를 줄였다. 반면 일부 경쟁업체는 앱 개발과 무인화 시스템 구축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 남 대표의 설명이다.
 
아이엠박스는 신규 지점이 문을 연 뒤 6~12개월 정도면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1~2년이 지나면 안정적인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남 대표는 지점 인근 공간의 점유율이 80% 이상 올라가면 추가 지점을 내는 방식으로 수요에 맞춰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셀프스토리지 시장이 성장할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건 불가피한 과제다. 좋은 입지에 경쟁 업체가 몰릴 경우 지점별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향후 소방 관련 규제가 사업 확장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단, 아이엠박스의 보관소는 현재 일반 식당이나 주거시설보다 화기와 전기 사용이 적고, 열·연기 감지센서 등을 갖춰 화재 위험을 낮추고 있다.
 
아이엠박스는 올해까지 400개 지점을 확보하고, 2029년까지 전국 1000개 지점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출 1000억원, 연간 300억원 수준의 이익을 달성하고 장기적으로는 펀드 등을 통한 자산 매입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남 대표는 “셀프스토리지 사업은 단순히 빈 공간에 창고를 넣는 사업이 아니라 변화하는 주거환경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연결하는 사업”이라며 “공실 문제와 주거공간 부족이라는 두 가지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만큼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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