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을 경우 준비기간 없이 곧바로 주택 공급 현안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7만3000호+α 규모 추가 신규택지 발표와 8·13 공급대책 후속조치가 이미 진행 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할 확대와 서울시와의 주택 공급 협상까지 굵직한 과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홍 후보자는 지명 후 첫 출근길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을 신속하게 이행하고 실제 착공과 입주까지 이어지도록 실행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새 정책을 더하기보다 이미 내놓은 공급계획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데 방점을 찍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 후속조치에 본격 착수했다. 이날부터 재건축·재개발 제도 개선 정책설명회를 시작하는 등 후속 일정도 이미 움직이고 있다.
홍 후보자가 장관에 오르면 가장 먼저 받아들 성적표는 ‘공급 속도’다.
정부는 8·13 대책에서 수도권에 23만호+α의 추가 공급 효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신규 공공택지 가운데 서울 강서 염창공원 1000호와 남양주 도심지구 2만1700호, 경기 광주역세권2 4500호 등 2만7200호를 먼저 공개했다.
남은 7만3000호+α 규모 신규택지는 이르면 9월 말, 늦어도 10월 초 발표할 예정이다.
후보지 선정 자체보다 발표 이후 지구지정과 보상, 착공까지 얼마나 시간을 줄일 수 있느냐가 더 큰 과제다. 정부는 신규 공공택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평균 68개월 걸리던 기간을 37개월로 단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홍 후보자가 “실제 현장에서 착공되기까지 실행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한 만큼 이 목표가 향후 홍지선 체제의 주요 성과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7.3만호 발표 코앞…LH 역할 확대도 풀어야
LH를 둘러싼 구조 개편과 공급 역할 확대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정부의 공급정책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LH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는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공공이 사업 초기부터 참여해 착공 시기를 앞당기는 방식도 확대한다.
내년도 예산에서도 이런 방향이 확인된다. 2027년 주택공급 예산은 올해 21조2000억원에서 30조원으로 늘었다. 공적주택 공급 목표도 올해 19만4000호에서 내년 21만8000호로 확대됐다.
새로 도입하는 주거시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이차보전 사업과 PF 앵커리츠도 자금 부족으로 멈춘 사업장의 착공을 앞당기는 데 초점을 맞춘다.
LH의 공급 역할이 커질수록 재무건전성과 주택 품질을 관리해야 할 정부 책임도 무거워진다.
홍 후보자는 경기도 도시주택실장 시절 경기주택도시공사(GH)를 활용한 공공주택 사업을 경험했다. 다만 당시 GH의 일부 사업비 증액이나 임대료 인상 현안을 뒤늦게 파악했다는 지적도 받은 만큼 규모가 훨씬 큰 LH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지도 인사청문 과정에서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
서울시와의 주택 공급 협상도 그대로 넘겨받게 된다.
김윤덕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두 차례 만나 용산공원 활용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는 기존 건축물이 있거나 훼손된 일부 부지에 청년·신혼부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본다. 서울시는 용산공원 본체를 온전히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탄천물재생센터를 이전한 뒤 동부도로사업소와 SETEC 일대를 묶어 청년주거와 피지컬AI 산업이 결합된 거점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민간 재개발 용적률을 법적상한의 1.2배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협상 의제로 올렸다.
김 장관과 오 시장이 추가 협의를 예고한 직후 장관 교체가 결정되면서 사실상 다음 협상의 당사자는 홍 후보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홍 후보자는 첫 출근길에서 개별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지방정부에서 근무를 많이 했기 때문에 중앙정부 정책이 지방정부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경험했다”며 서울시와 충분히 사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용산공원 활용 문제를 계속 논의할지, 탄천 등 추가 부지에서 공급 물량을 확보할지 판단해야 한다. 서울시가 요구하는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놓고도 정부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공급 현안 풀면서 조직도 다시 짜야
부동산 밖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홍 후보자가 제2차관으로 직접 담당해온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연내 확정을 앞두고 있다. 최근 잇따른 철도 작업자 안전사고에 대한 후속대책도 이어가야 한다.
정부안으로 확정된 국토부의 내년 예산은 역대 최대인 69조원이다. 주택공급과 교통·인프라 사업에 재정이 늘어난 만큼 국회 심사 과정에서 사업 필요성과 집행 가능성을 설명하는 것도 새 장관의 몫이다.
굵직한 정책을 집행하는 동시에 조직도 다시 정비해야 한다. 홍 후보자는 현직 국토부 제2차관이다. 장관으로 이동하면 후임 2차관 인사는 불가피하다. 장관 교체를 계기로 1급과 실·국장급까지 후속 인사가 이어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지금은 대규모 조직 쇄신보다 정책 연속성이 더 중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8·13 공급대책 후속조치가 시작됐고 추가 신규택지 발표까지 한 달가량밖에 남지 않은 만큼 주택 공급 실무라인을 크게 흔들 경우 정책 집행 속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홍 후보자 역시 첫 출근길에서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조했다”며 “취임할 경우 기존 공급체계를 얼마나 유지하면서 자신의 집행 색깔을 입힐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후보자에게 별도의 ‘허니문’ 기간은 사실상 없을 것”이라며 “공급계획과 법 개정, 신규택지 발표, 서울시 협상 등 주요 일정이 이미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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