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연의 주(株)토피아] "또 속아 넘어갈까?"…월가 역사상 가장 저주받은 달, '9월 효과'의 진실

사진챗GPT
[사진=챗GPT]

여름 휴가철이 끝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9월이 되면 월가와 글로벌 증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어김없이 스산한 소문이 돕니다. 주식시장의 대표적인 계절성 징크스이자 월가 역사상 가장 저주받은 달로 불리는 '9월 효과(September Effect)'입니다.

단순한 미신 아니냐며 코웃음 치는 초보 투자자도 많지만 실제 수치로 증명되는 역사적 통계표를 확인하고 나면 웃음기는 싹 사라집니다. 통계적으로 9월은 지난 100년 가까운 미국 증시 역사에서 유일하게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온 달이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연준(Fed)의 금리 결정에 대한 향방과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셈법, 주요 거시경제 지표 발표 등 초대형 변수가 겹친 올 9월, 과연 개미 투자자들은 '9월의 마법'에 또 한 번 속아 넘어갈 것인지 아니면 반전의 발판을 마련할 것인지 데이터를 통해 9월 효과의 정체와 그 배후를 철저히 파헤쳐 봤습니다.
 
숫자와 데이터가 말해주는 징크스…'유일한 음(陰)의 수익률'
실제 미국 증시의 대표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1928년 이후 장기 통계를 살펴보면 9월의 잔인함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한국거래소 및 월가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1928년부터 2025년까지 S&P 500 지수의 9월 평균 수익률은 -1.17%로 12개 월 중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기록했습니다.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달은 9월이 유일하며 2위인 2월(-0.10%)과 비교해도 하락 폭이 압도적입니다.

지수가 상승으로 마감한 비율 역시 44% 수준에 불과합니다. 동전 던지기의 확률(50%)보다도 못한 성적표로 열 번 중 5.5번 이상은 손실을 보며 마감했다는 뜻입니다. 7월이나 12월의 상승 확률이 60~70%를 상회하며 평균 1.4~1.7% 수준의 높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해 온 것과 대조를 이룹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9월을 수익률의 무덤이라 부르곤 합니다.
 
월가는 왜 9월만 되면 약해질까…배후에 숨겨진 3가지 수급 비밀
왜 유독 9월에 이러한 급락 마법이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걸까요? 증권가와 행동경제학자들은 수급과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세 가지 주요 원인을 꼽습니다.

첫째는 기관 투자자들의 여름 휴가 복귀와 3분기 북클로징(장부 마감)입니다. 7~8월 여름 휴가철 동안 조용했던 거래량이 9월 들어 회복되면서 복귀한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은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재편(리밸런싱)에 나섭니다. 특히 9월 말 3분기 실적 마감을 앞두고 상반기 수익이 났던 종목의 이익을 실현하려는 물량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며 시장 하방 압력을 높입니다.

둘째는 미국 뮤추얼 펀드의 회계연도 마감 및 절세 매물(Tax-Loss Harvesting) 때문입니다. 미국 내 상당수 뮤추얼 펀드의 회계연도는 10월 31일에 종료됩니다. 따라서 9월은 과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손실이 난 종목을 매도해 자본이득세를 낮추는 '절세용 손절매'가 늘어나는 시기입니다. 기관들의 이러한 기계적 매도가 개별 종목과 지수의 일시적 낙폭을 키우게 됩니다.

셋째는 역사적 금융위기의 잔상과 투자자들의 '자기실현적 예언'입니다. 1931년 대공황 심화, 2001년 9·11 테러,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 등 증시를 뒤흔든 대형 악재들이 유독 9월에 집중되어 발생했던 경험이 시장 심리에 깊게 각인돼 있습니다. "9월엔 하락한다"는 공포심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선제적으로 주식을 팔게 만들고 이것이 실제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을 형성해 왔습니다.
 
"역대급 변동성에 대비하라"…올해 9월이 더 예민한 이유
전문가들은 올 9월의 변동성 파장이 예년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단순히 역사적 계절성 징크스뿐만 아니라 시장의 판도를 바꿀 대형 매크로(거시경제) 이벤트들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연준(Fed)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피벗의 속도와 연착륙 여부에 대한 시장의 눈치싸움이 치열합니다. 여기에 통화정책 향방을 가늠할 노동시장 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줄지어 대기 중이며 미국 대선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섹터별 요동도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 전문가는 "통상 9월은 계절적으로 수급이 꼬이는 달인데 이번 달은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경계감과 경기 침체 우려가 결합해 있다"며 "역사적 통계 징크스가 거시경제 불안과 만날 때 지수의 하방 압력이 일시적으로 급증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투자자 잔혹사?…공포에 팔지 말고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하지만 역사가 주는 진짜 교훈은 따로 있습니다. 9월의 평균 하락률(-1.17%)에 놀라 주식을 무작정 팔아치우고 시장을 떠나는 것은 장기 투자 수익률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S&P 500 지수는 9월의 일시적인 조정이 끝난 뒤, 10월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4분기에 강력한 반등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른바 '4분기 산타랠리'를 앞두고 9월의 하락은 오히려 좋은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저가 매수의 기회로 작용해 왔습니다.

전문가들은 계절성 하락이 기업의 기초 체력(펀더멘털) 훼손이 아닌 일시적 수급 꼬임 현상인 만큼 패닉셀을 자제하라고 권고합니다. 변동성이 커질 때 적립식 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평소 사고 싶었던 우량주나 배당주 리스트를 작성해 두고 조정 시 분할 진입하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9월의 혼란기가 시장을 흔들 때, 준비된 투자자에게 9월은 잔혹한 달이 아니라 연말 수익률을 결정짓는 가장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 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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