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상하이 협력기구 개발은행 본부 유치 자청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카자흐스탄 대통령실 제공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카자흐스탄 대통령실 제공

상하이협력기구가 창설 25년이 되도록 갖지 못한 것이 하나 있다. 회원국 사업에 돈을 대는 개발은행이다. 그 은행을 만들자는 중국의 제안에 카자흐스탄이 손을 들었다. 지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본부를 가져가겠다고 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9월 1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개발은행 설립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본부 유치 의사를 밝혔다. 은행 자금은 인프라와 기술, 산업 프로젝트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문이었다.

"회원국 간 이해가 성립된다면, 카자흐스탄이 이 기구의 본부를 유치할 수 있다."

전제가 붙어 있다는 것은 아직 합의된 사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SCO에는 2005년 출범한 은행 간 협의체가 있지만 개발은행은 없다.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이란과 중앙아시아 4개국을 포함한 10개 회원국이 움직이는 기구치고는 비어 있는 자리다.

교역 규모는 이미 그 자리를 채울 만큼 커졌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회원국 간 교역액이 1조 달러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다만 회원국들의 경제적 연결은 아직 잠재력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그가 제시한 방향은 장벽을 낮춘 SCO 역내 교역·투자 공간이다. 통관은 디지털로, 물류는 촘촘하게. 기존 국경협력센터를 활용한 SCO 접경 교역지대 시범 운영도 함께 제안했다. 간소화된 물품 교환과 디지털 통관, 현대적 결제 방식을 먼저 시험해 보자는 것이다.

만장일치 관행 탓에 사업이 늙는 문제도 정면으로 건드렸다.

"시범 산업 컨소시엄 메커니즘 도입을 제안한다. 모든 참가국이 합류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준비된 나라부터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성공한 사업은 기구 전체로 확대할 수 있다."

교통 분야에서는 2035년까지의 SCO 교통연결성 전략을 만들자고 했다. 회원국들의 지리적 연결성이야말로 이 기구의 전략적 강점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일대일로와 카스피해 국제운송로, 북남 회랑,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를 잇는 신규 교역로를 하나로 엮자는 구상이다. 화물을 출발지에서 최종 수령인까지 따라가는 SCO 단일 디지털 통관 플랫폼 구축도 제안 목록에 올랐다.

기술 의제에서 카자흐스탄이 내민 카드는 AI였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회원국들이 변화를 따라가는 데 그치지 말고 기술을 함께 만드는 단계로 옮겨가야 한다며, 회원국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참여하는 SCO AI 센터 네트워크 설립을 제안했다.

근거는 자국의 최근 행보다. 카자흐스탄은 지난 7월 16일 상하이에서 중국 주도로 출범한 세계 AI 협력기구(WAICO) 창설 협정에 서명한 29개 창립 회원국 가운데 하나다. 본부는 상하이에 있고, AI 거버넌스의 공통 규범 마련을 내걸었다.

안보 분야에서는 유라시아의 전략적 안정과 신뢰 구축 조치를 다룰 SCO 외교장관급 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군사적 위험 축소, 새로운 군비 경쟁 억제, 우발적 충돌 방지가 의제로 거론됐다.

"무력 분쟁의 여파가 이미 직접적인 교전 지역을 넘어 국제 시장과 상업 해운, 에너지·운송 연결의 안정성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우려된다."

기구가 설립을 추진 중인 보편적 안보 도전·위협 대응센터와 SCO 마약퇴치센터에 대해서는 목표와 과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기구 개혁 문제는 회원국 외교부에 맡기자는 제안도 내놨다.

본회의에서는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도 연설했다.

회의는 'SCO 플러스' 형식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토카예프 대통령이 꺼낸 화두는 유엔이었다.

"유엔을 향한 비판이 적지 않다. 그 비판이 일부 타당하더라도, 이 기구를 대체할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핵심은 달라지지 않는다."

유엔 헌장이 국제법의 보편적 토대로 남아야 하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시작한 개혁의 성패는 회원국들의 정치적 의지에 달렸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SCO의 원칙을 평화를 위한 다자주의와 외교의 국제의 날에 맞춰 유엔총회 결의로 명문화하자는 제안도 함께 내놨다.

책임 있는 중견국의 역할론도 폈다. 서로 다른 축 사이에서 대화를 중개할 수 있는 나라들의 입장이 글로벌 거버넌스 기제에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근거로는 지난 7월 중국이 주도한 국제조정기구 설립 협약에 카자흐스탄이 서명한 사실을 들었다.

두 번째 연설에서 가장 긴 분량을 차지한 것은 물이었다. 유엔 산하 수십 개 조직이 물 문제를 다루지만 포괄적 권한을 가진 정부 간 기구는 아직 없다. 카자흐스탄이 유엔 산하 국제수자원기구 설립을 제안해 온 이유이고, 그 지역판으로 SCO 수자원문제 분석센터를 두자는 것이 이번 제안이다.

디지털 분야에서는 이미 궤도에 오른 사업을 들었다. 카자흐스탄의 제안으로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 산하 아시아태평양 지속가능발전 디지털솔루션센터가 알마티에 설립된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검증된 디지털 해법을 확산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국내 상황도 전했다. 7월 1일 새 헌법이 발효됐고 단원제 입법기구인 쿠룰타이가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개혁과 쿠룰타이 선거를 축하한 준 동료 정상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균형적이고 건설적이며 평화를 지향하는 대외 노선에 변함이 없다고 확인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연설을 이렇게 맺었다. "상호 신뢰와 연대가 있다면 우리가 진보의 길에서 더 큰 성취에 이르리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카자흐스탄은 여러분과 함께 그 길을 갈 준비가 돼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