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근의 증시한컷] 탄소 1톤 3만원…기후위기의 값은 얼마인가

홍수가 쓸고 간 네팔 누와코트 지역의 건물들이 진흙에 뒤덮여 있다사진AP연합뉴스
홍수가 쓸고 간 네팔 누와코트 지역의 건물들이 진흙에 뒤덮여 있다[사진=AP연합뉴스]


탄소에도 가격이 붙습니다. 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에서는 기업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가 매일 사고팔립니다. 최근에는 이 가격이 톤당 3만원에 육박하면서 탄소배출권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7일 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에 따르면 2026년 배출권인 KAU26은 이날 전 거래일과 같은 톤당 2만99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달 7일 2만6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5.2% 올랐습니다. 특히 지난달 20일에는 하루 만에 2600원(9.98%) 급등하며 2만8650원까지 뛰었습니다. 이달 2일에는 장중 3만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배출권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은 기업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에 대한 권리입니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에 한도를 정하고, 부족한 기업은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반대로 배출량을 줄여 배출권이 남은 기업은 이를 팔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탄소를 배출하는 데 가격표를 붙이는 것입니다. 기업은 배출권을 사는 비용과 직접 온실가스를 줄이는 비용을 비교해 더 저렴한 방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배출권 가격이 올라갈수록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비싸지고, 탄소저감 설비나 에너지 효율화 등에 투자할 유인도 커집니다.


한국의 배출권시장도 올해부터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4차 계획기간인 2026~2030년에는 772개 기업에 5년간 23억6299만톤의 배출권이 할당됐습니다. 정부는 이전 계획기간보다 배출허용총량을 줄이고 유상할당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했습니다.

최근 배출권 가격이 오른 것도 이런 시장 환경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배출권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필요한 배출권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탄소 가격은 왜 필요한 것일까요. 최근 네팔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를 보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네팔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은 국가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히말라야 지역의 빙하가 녹고 기후변화로 극한기상이 잦아지면서 홍수와 산사태 등 재난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비용은 누군가가 부담해야 합니다. 도로와 발전소를 복구하는 비용부터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피해까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의 손익계산서에는 이런 비용이 그대로 잡히지 않습니다.

배출권거래제는 이처럼 시장 밖에 있던 비용에 가격을 붙이려는 제도입니다.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이 일정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 기후변화라는 ‘외부비용’을 시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물론 배출권 가격이 높아지는 것 자체가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닙니다. 가격이 지나치게 낮으면 기업의 감축 투자를 유도하기 어렵지만, 반대로 너무 빠르게 오르면 산업계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이 예측 가능한 탄소가격을 바탕으로 생산과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시장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배출권 가격은 앞으로 증시에서도 점점 더 중요한 숫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철강·석유화학·발전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에는 배출권 가격이 곧 비용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탄소를 적게 배출하거나 관련 기술을 확보한 기업에는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네팔의 재난을 탄소배출권 가격과 직접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두 장면이 던지는 질문은 같습니다.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주식시장에서는 기업의 미래가치에 가격이 붙습니다. 원자재시장에서는 석유와 금속에 가격이 매겨집니다. 배출권시장에서는 지금까지 비용으로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던 탄소에도 가격이 붙고 있습니다. 탄소 1톤당 3만원. 기후위기 시대에 적절한 값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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