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증시 16% 올랐는데…서학개미 지난해 25조 잃었다

 
이지지아주경제
[이지지=아주경제]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가 미국 증시의 상승세에도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지난해 미국 증시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손익은 25조원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으로는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였지만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등 고위험 주식의 거래가 활발했던 데다 연중 급락과 급반등이 반복되면서 지수 흐름과 실제 투자성과가 엇갈린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요 8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삼성·KB·키움·신한투자·토스증권)로부터 제출받은 '개인투자자 국내외 주식 투자 현황'을 아주경제가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손익은 총 -25조205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해외주식 투자손익은 16조9118억원 이익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5조2059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연도별로는 2021년 1조4356억원 손실, 2022년 14조484억원 손실을 기록하다 2023년 2조7800억원, 2024년 16조9118억원 이익으로 반등했다. 올해 1~6월에는 3조1517억원 이익을 기록하며 재차 흑자로 돌아섰다.
 
투자 규모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주요 8개사의 개인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938조6104억원으로 2024년 540조9816억원보다 73.5%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거래대금도 이미 617조3366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거래액의 65.8% 수준까지 올라왔다.
 
美증시는 두 자릿수 상승…서학개미 성적표는 정반대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해 미국 증시 자체는 상당한 강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S&P500지수는 2024년 말 5881.63에서 2025년 말 6845.50으로 16.4% 상승했다. 나스닥종합지수도 19310.79에서 23241.99로 20.4%,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2544.22에서 48063.29로 13.0% 올랐다. 주요 3대 지수가 모두 두 자릿수 상승했는데도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손익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연말 지수만 보면 상승장이었지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2025년 1월 27일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충격으로 나스닥지수는 하루 3.1% 하락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9.2% 급락했다. 엔비디아는 약 17% 떨어져 하루 만에 시가총액 5930억 달러가 증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일 대규모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미국 증시는 또다시 급락했다. S&P500지수는 4월 8일 4982.77까지 밀리며 당시 52주 저점을 기록했다. 2월 19일 기록한 당시 사상 최고치 6144.15와 비교하면 18.9% 하락한 수준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4월 9일 중국을 제외한 상당수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다고 밝히자 S&P500지수는 하루 만에 9.5% 급등했다. 나스닥지수도 12.2% 뛰어 2001년 1월 이후 최대 하루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간 지수만 놓고 보면 상승장이었지만 실제 투자 과정에서는 몇 달 사이 급락과 급등이 반복된 셈이다. 특히 하루 수익률을 2~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을 단기간 반복 매매했다면 매수·매도 시점에 따라 연간 지수 상승률과 실제 계좌 수익률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서학개미 거래 상위 20개 중 7개 레버리지·인버스
실제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거래 내역에서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대한 높은 선호가 확인된다. 이 상품들은 시장 방향을 맞힐 경우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지만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손실 폭도 그만큼 확대될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지난해 미국주식 결제내역(매수+매도)을 보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고판 상품은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477억1442만 달러)였다. 2위는 테슬라(432억1497만 달러)였고 3위는 테슬라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TSLA 불 2X(TSLL·348억8233만 달러)였다.
 
이 밖에 나스닥100지수를 3배 추종하는 TQQQ(124억6086만 달러)가 8위, 엔비디아를 2배 추종하는 NVDL(107억5095만 달러)이 10위였다. 반도체 하락에 3배 베팅하는 SOXS(96억5588만 달러)는 11위, 나스닥100 하락에 3배 베팅하는 SQQQ(54억8768만 달러)는 17위였다. 이더리움 가격의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ETHU(53억3653만 달러)도 1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2~3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7개의 매수·매도 결제액은 총 1262억8865만 달러였다.
 
증시가 상승한 만큼 레버리지 상품이 모두 손실을 낸 것은 아니다. 실제 지난해 결제액 1위였던 SOXL의 연간 총수익률은 54.87%였다. 반면 테슬라 본주가 연간 상승했음에도 테슬라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TSLL은 지난해 26.81% 하락했다. 하루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상품 특성상 기초자산의 연간 수익률과 레버리지 상품의 장기 성과가 반드시 같은 방향과 폭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반대 방향에 베팅한 상품의 손실은 특히 컸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결제액 상위 20개에는 반도체 하락에 3배 베팅하는 SOXS와 나스닥100 하락에 3배 베팅하는 SQQQ도 포함됐다. 미국 증시가 연간 강세를 보이면서 SOXS는 지난해 85.5%, SQQQ는 53.1% 하락했다. 강세장에서 단기 조정을 노린 인버스 매매가 반복됐다면 매매 시점에 따라 손실이 누적됐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방향과 관계없이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 매매 시점에 따라 손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일간 수익률을 2~3배 추종하는 상품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초자산 수익률과 괴리가 커질 수 있어 단순히 지수가 올랐다고 해서 투자자 수익도 따라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