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색화의 거장 하종현(91)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에서 북미 첫 대규모 회고전을 연다.
국제갤러리는 오는 9월 25일부터 2027년 1월 25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Asian Art Museum)'에서 '하종현: 회고전(Ha Chong-Hyun: Retrospective)'을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전시는 1960년대 초기작부터 2025~2026년 제작한 신작까지 회화 50점을 통해 60여 년에 걸친 작가의 작업 세계를 조명한다. 단색화 작가라는 범주를 넘어 한국 전후 추상미술의 흐름을 이끌어온 작가의 궤적을 살펴보는 자리다.
1953년생인 하종현은 한국전쟁 이후 앵포르멜, 기하추상, 실험미술과 단색화 등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관통해왔다. 1969년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의 창립 멤버로 참여해 신문지, 철조망 등 일상의 재료를 활용한 실험을 전개했다.
1974년부터는 마대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 화면 앞으로 배어 나오게 하는 독창적인 ‘배압법(背押法, back-pressure method)’을 발전시키며 대표 연작 '접합'을 구축했다. 이는 압력과 저항, 그리고 시간의 흔적을 화면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독자적인 기법으로 하종현을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한 결정적 요소다.
이번 전시는 하종현을 전후 글로벌 추상미술의 흐름 속에서도 살펴본다. 도널드 저드와 아그네스 마틴 등 서구 작가들이 보여준 반복성과 물성에 대한 관심과 비교하면서, 하종현이 재료의 저항과 노동의 흔적, 불완전성을 작품에 어떻게 끌어들였는지 조명한다.
전시 초빙 큐레이터인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은 “하종현을 단색화라는 하나의 미술사적 범주에 한정하기보다, 전후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회화의 경계를 실험해온 작가로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고 밝혔다.
하종현은 이번 전시의 의미를 ‘회고’보다 ‘현재’에서 찾는다. 작가는 “아흔이 넘은 이 시점에 미국 미술의 문화적, 예술적 중심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갖게 된 것은 그야말로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전시는 과거의 유산이 아닌 지금도 작업실에서 땀 흘리며 그려 나가는 나의 현재진행형 흔적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어 무척 뜻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는 SK와 포도뮤지엄이 후원한다. 포도뮤지엄은 한국 미술의 국제적 소개와 연구를 이어온 아시아 미술관의 역할과 하종현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전시 취지에 공감해 후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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