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의 공정경제] AI 꿈은 무한대… 그러나 자본은 유한

  • AI 메가프로젝트 전략적 우선 순위 정해야

이용우 전 국회의원
[이용우 전 국회의원]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전 세계의 적극적 대응, 즉 완화적인 통화재정정책은 물가 불안 등 때문에 긴축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위기 이후 억눌렸던 민간소비가 급격히 살아나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글로벌 교역구조의 재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재정 확대와 유동성 급증으로 각국이 최악의 물가 상승을 경험하면서 긴축으로 전환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당연한 선택이다.

 일본부터 미국까지, 글로벌 긴축 동조화의 서막

일본이 그 전환을 극적으로 보여줬다. 전통적으로 제로금리를 실시하였던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와 장기금리를 특정 수준으로 묶어두는 가격 통제 정책(수익률 곡선정책)과 같은 극단적 완화정책을 사용한 아베노믹스에서 벗어나 2024년 3월 19일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했다. 2007년 이후 17년 만에, 그리고 2016년부터 도입했던 마이너스 금리 체제를 마무리한 후 2026년 9월 18일 정책금리를 1.0%에서 1.25%로 인상하며 긴축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통위도 2026년 8월 27일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여 3.00%가 되었고,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바람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에 나서 금리 인상의 새로운 흐름이 동조화되고 있다. 트럼프는 독립적 통화정책을 추구하는 파월을 케빈 워시 의장으로 교체하여 미국이 이 흐름에 동참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신임 의장은 잭슨홀 미팅 연설 후 정치적 압박에서 벗어나 경제지표에 기반한 독립적 판단을 고수하며 2026년 9월 16일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3.75~4.00% 수준으로 인상하는 결정을 단행했다. 이처럼 일본, 한국에 이어 미국 FRB까지 긴축 대열에 합류함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의 개별적 일정과 독립성 훼손 우려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동조화 흐름이 뚜렷하게 형성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치솟는 자금 조달 비용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와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26년 9월 중순 5% 선을 돌파한 이후에도 높은 상방 경직성을 보이며 추가 상승이 예상되고, 30년물 장기 국채 금리 역시 5.3%대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무위험 지표금리의 상단이 높아지면서 기업과 가계가 체감하는 자금 조달 비용은 동반 급등하였고, 실물 경제 전반으로 유동성 경색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장기금리 상승은 주택시장 침체와 한계기업의 부채 상환 부담 가중은 물론이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며 거시경제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리스크로 시장의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빅테크의 천문학적 AI 투자와 재무적 부하

이러한 고금리 환경은 AI 전환에 맞춰 AI 인프라 투자 경쟁에 나서고 있는 빅테크의 성과가 의도한 결과로 이어질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아마존,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주요 빅테크 4사의 연간 설비투자(CapEx) 규모는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첨단 가속기 확보 경쟁 속에 합산 기준 70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아마존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연간 1900억 달러 안팎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메타 역시 1400억 달러를 넘는 자본지출을 계획하고 있다. 과거 저금리 시기였다면 내부 유보금이나 저렴한 회사채 발행으로 무난히 감당했을 수준이지만 5%를 웃도는 고금리 장기화 환경에서는 대규모 차입 비용이 기업의 재무구조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AI 서비스의 실수익화 속도가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거나 현금 창출이 둔화되면 고금리로 조달 비용과 감가상각비의 급증으로 빅테크 자체의 가치 저하와 글로벌 반도체 및 소재, 부품, 장비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입지 갈등과 '기간 비용'

AI 인프라의 핵심인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은 최근 전력 소비 급증과 송전망 과부하, 환경 오염 우려 등으로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허브인 미국 노던 버지니아 지역을 비롯한 주요 후보지들에서는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인해 인허가 지연은 물론이고 건설이 아예 중단되거나 백지화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착공 지연과 공기 연장은 곧바로 막대한 자금의 회수 시점을 늦출 뿐만 아니라 고금리 환경 속에서 '기간 비용(Time Cost)' 급증으로 직결된다.

주가 랠리의 명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

지난 몇 년간 글로벌 자본시장은 낙관적인 AI 전환을 반영하고 있었다. 엔비디아 주가는 가파르게 올랐고 메모리,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의 폭증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이미 그 너머를 향하고 있다. 자본시장은 이 실적이 내년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가 있는 것이다.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가 수천억 달러 규모로 비대해진 가운데 고금리 환경에 따른 자본 조달 비용 급증, 그리고 전력 소비 폭증 및 환경 규제로 인한 데이터센터 건립 지체·반발 비용 등 구조적 리스크가 가시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 변화는 우리에게 AI 전환의 낙관론과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AI 메가프로젝트: 동시 다발적 추진보다 시급한 우선 집중 부문 설정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정부와 기업이 총력을 기울여 AI 인프라 확충과 AI 대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메가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이다. 현재 우리가 가장 압도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반도체 메모리 부문은 이미 탄탄한 수주 잔량을 바탕으로 70~80%에 달하는 높은 영업이익률로 실질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이 비싼 메모리를 탑재해 구동되는 하류(downstream)의 데이터센터 건립과 AI 서비스 수익화는 고금리 자금조달 비용과 서비스 수요가 아직은 불확실성의 영역에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메가프로젝트는 메모리 반도체라는 확실한 실물 제조 기반을 넘어 소버린 AI의 구축과 국가적 차원의 피지컬 AI(Physical AI) 생태계 확장까지 전방위로 포괄하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고착화되고 글로벌 자본비용이 치솟는 환경에서 이 모든 광범위한 영역을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막대한 재정적·금융적 부하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자본의 규율을 직시하고 확실한 수익성과 수주가 보장된 제조·부품 부문의 우위를 공고히 하면서 데이터센터와 서비스 영역의 투자 속도와 범위를 냉정하게 조율하는 전략적 우선순위를 재설정해야 한다.

 사모신용 시장의 보이지 않는 리스크

다음으로 전통적인 은행권의 엄격한 건전성 규제와 리스크 관리 체계 밖의 규제 사각지대에서 성장한 일종의 그림자 금융인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의 리스크에 눈을 돌려야 한다. 사모신용은 사모펀드가 특정 기업이나 인프라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는 동시에 운영에 필요한 거액의 자금을 고금리로 직접 대출해 주는 복합적 구조를 취한다. 사모신용의 리스크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차입자의 질(quality)이다. 사모신용은 본래 은행 대출이 없는 사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준금리 상승 시 이자비용을 상회하는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둘째, 가치평가 방식(valuation)이다. 거래가 드물어 시가평가(mark-to-market)가 어렵다 보니 장부가 또는 분기 단위 사후적 모델 평가(mark-to-model)를 할 수밖에 없어 위험이 적시에 반영되지 않는다. 셋째, 다층적인 차입 구조다. 차입 기업, 펀드 투자자, 운용사가 모두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있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실제 위험의 크기가 훨씬 크지만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통화정책 실기 안 된다 

더 나아가 잠재적 위험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것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요구된다. 고금리 환경 속에서 비은행 금융의 누적된 부실 리스크가 나타나면 금융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기술이 경제 전체로 퍼져 실질적인 생산성을 높이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하므로 미래의 공급 확대를 과도하게 기대해 현재의 물가 상승이나 조달 부실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통화당국은 AI 관련 투자 붐에 수반된 과도한 부채 위험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면밀히 재검토해야 하며,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생산성 향상만을 지나치게 전제하여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함으로써 정책적 실기를 해서는 안 된다.

고금리 시대에 한국 경제는 글로벌 AI 투자의 파고 속에서 파생되는 구조적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글로벌 AI 기대가 꺾이면 반도체 수출뿐만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 하락,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 그리고 원화 환율 변동을 거쳐 국내 수요와 물가에 연쇄적인 충격이 증폭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우리는 맹목적 낙관론에서 벗어나 냉정한 시각으로 자본시장의 체력을 점검하고 대외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정교한 거시경제적 방어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 박사 ▷제21대 국회의원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한국투자신탁운용 총괄 최고투자책임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