랴오닝성·지린성·헤이룽장성으로 구성된 중국 동북 3성은 한반도와 대륙을 잇고 북한과 국경을 맞댄 지역이다.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가 남아 있고 조선의 연행사가 오갔으며, 조선인 이주와 항일운동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반도와 중국의 역사가 오랫동안 교차해 온 공간인 셈이다.
손창호 외교관이 중국 동북 3성을 직접 답사하며 역사와 현재, 한반도의 미래를 조망한 책 '중국의 동북, 우리의 북방'을 펴냈다. 현재 주선양 한국총영사관 영사로 재직 중인 손 영사는 2020년부터 2026년까지 6년간 베이징과 선양에서 한·중 경제 관련 업무를 맡았다. 이 기간 선양·단둥·지안·옌지·하얼빈 등 동북 3성 30여 개 도시를 찾아 3만㎞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며 지역의 역사와 경제, 산업의 변화상을 기록했다.
저자는 각 도시의 지리적 특징과 역사를 살펴보는 데 그치지 않고 한반도와의 관계를 함께 짚는다. 고구려와 발해의 흔적부터 청나라와 만주족, 조선의 연행사, 조선인 이주와 항일운동, 러시아와 일본의 진출, 조선족 사회 형성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대의 역사가 오늘날의 도시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현장에서 풀어낸다.
시선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동북진흥과 농업, 첨단산업, 관광·문화 등 이 지역에서 진행되는 현재의 변화에도 주목한다.
책에서는 경제무역박람회와 기업 간 거래(B2B) 상담회, 벤처·스타트업,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등 중국 동북 지역의 경제 현장을 다룬다. 드론을 비롯한 저공경제와 빙설경제 등 새롭게 부상하는 산업뿐 아니라 관광·음식·목욕 등 지역의 일상적인 문화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동북 3성의 현재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한반도의 새로운 북방 패러다임'과 '남북과 동북의 함수관계'를 다루며 동북 3성을 한반도와 대륙을 연결하는 '북방'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과거의 역사적 공간으로만 바라보던 동북 3성을 현재의 한중 경제·산업과 교류의 현장으로 확장해 보고, 이를 한반도의 미래와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창호 영사는 "우리가 대륙에 남겨놓은 민족의 발자취를 소중히 여기고 계속 새로운 서사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토대로 우리의 북방을 어떻게 중국의 동북과 연계시킬지에 대한 문제의식과 방안을 제시해 궁극적으로 남북 문제의 활로를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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