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르니까…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 우리는 왜 또다시 사랑을 택할까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모습 사진NHN링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모습 [사진=NHN링크]

누구나 해피엔딩을 꿈꾼다.

특히 사랑을 한다면 더욱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하고, 그 마음이 끝내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두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 역시 마찬가지다.

오래전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구형이 된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 이들에게도 영원은 허락되지 않는다. 인간의 몸이 세월에 따라 늙고 쇠하듯, 로봇의 몸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닳고 고장 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구형 헬퍼봇에게는 필요한 부품을 구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소모된 부품을 제때 교체하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작동을 멈춰야 한다.

올리버와 클레어의 만남도 이런 부품 문제에서 시작된다. 충전에 문제가 생긴 클레어가 충전기를 빌리기 위해 이웃집 문을 두드리고, 그 문을 연 것이 바로 올리버였다.

언젠가 주인 제임스가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 믿으며 매일 같은 일과를 반복하는 올리버와, 세상에 별 기대 없이 냉소적인 클레어. 성격도 생각도 달랐던 둘이지만 충전기를 빌리고 빌려주는 작은 왕래가 거듭될수록 서로에게 스며든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도 깊어지고, 마침내 두 로봇은 누구도 프로그래밍한 적 없는 감정, 사랑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 사진NHN 연합뉴스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 [사진=연합뉴스/NHN]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클레어는 헬퍼봇 5 모델인 올리버보다 신형인 헬퍼봇 6 모델이지만, 내구성이 약하다는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클레어의 몸은 조금씩 고장 나기 시작하고, 두 로봇은 사랑의 기쁨과 함께 상실의 두려움도 배워간다.

클레어는 결국 올리버에게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우자고 말한다. 사랑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 한 이별의 아픔도 피할 수 없으니, 차라리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던 것처럼 돌아가자는 것이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는 고통을 견딜 자신이 없는 클레어에게 기억을 지우는 일은 자신을, 또 올리버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버는 클레어가 그만하자고 말하는 그날까지만이라도 더 사랑하겠다고 답한다. 두 로봇은 이전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누지만, 끝이 가까워질수록 그 시간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눈앞의 행복보다 다가올 이별의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둘은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관계를 끝내기로 한다.

작품은 수미상관 구조로 막을 내린다.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 올리버와 클레어. 첫 장면처럼 클레어는 충전기를 빌리기 위해 올리버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올리버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버는 다시 문을 연다. 또 한 번 클레어를 사랑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인간 역시 사랑이라는 감정이 프로그래밍된 채 태어나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만나 마음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상실의 고통까지 함께 배운다. 한 번 이별을 겪고 나면 사랑하지 않는 편이 상처받지 않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것도 깨닫는다.

그런 의미에서 올리버의 선택은 합리적이지도, 현명하지도 않다. 다시 사랑한다면 또다시 상처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관객은 다시 문을 여는 올리버를 응원하게 된다. 우리 역시 같은 모순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왜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랑할까.

아마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믿기 때문 아닐까. 그리고 그 끝이 어쩌면 해피엔딩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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