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고 김진석 소방위 영결식'에 참석한 소방대원들이 조사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부천시 공장 화재 현장에서 고(故)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한 사고를 계기로, 소방당국의 현장 안전 관리 절차 미준수 논란과 함께 소방 예산의 기형적인 지방 의존 구조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소방청은 인명 구조 가능성이 낮은 화재 현장에서는 내부 진입을 자제하고 외부 차단을 우선시하는 '방어적 진압 전략'을 세웠으나, 이번에도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전문가들과 노조는 현장 지휘관의 위험 판단 역량 부족과 첨단 장비·전문 인력 부족을 지적하는 한편, 신분만 국가직일 뿐 예산의 90%를 지방정부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가 소방관들의 안전 투자 여력을 가로막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방어적 진압' 선언 석 달 만에 또 순직… 현장 지휘 역량·첨단 장비 부재 논란
소방청 등에 따르면 김 소방위는 지난 16일 부천시 공장 화재 3층 현장에 진입해 진압 작업을 벌이다 고립돼 숨졌다. 완진 후 확인 결과 내부 미대피자는 없었다. 인명 구조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대원들을 화염 속으로 밀어 넣은 지휘부의 판단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번 사고는 지난 7월 전남 완도 저온창고 화재 순직 사고 조사 결과와 함께 '방어적 진압 전략 우선 적용'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은 지 불과 석 달 만에 발생했다. 2024년 1월 경북 문경 공장 화재 때도 SOP(재난현장표준절차) 개정을 약속했으나 현장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장과 학계에서는 지휘관의 객관적 위험 평가 역량 강화와 기술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고 김진석 소방위 영결식'에서 동료 소방대원들이 들어서는 운구행렬에 예를 표하고 있다. 2026.10.19 [사진=공동취재.연합뉴스]
전검재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경기소방지부 사무국장은 "승진에 필요한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행정 업무를 주로 하던 간부가 잠시 현장에 배치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구조에서는 내부 진입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대원이 고립되는 긴급 상황에서도 초동 조치가 미숙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종수 서울소방지부장 역시 "현장에서는 공격적 진압과 방어적 진압을 적절히 판단해야 하는데, 외부에서 보는 상황과 실제 내부 환경은 다를 수 있다"며 단순 진입 지시가 아닌 내부 위험 요소를 예측할 지휘 역량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장 지휘관의 감각에만 의존하지 말고 첨단 장비를 활용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신속동료구조팀(RIT) 대기와 전문 교육 강화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90%가 지방비… '이름만 국가직' 6년, 재정 부담이 안전 투자 가로막아
이처럼 첨단 장비 도입, 전문 교육, 지휘 체계 개편 등 안전 대책이 겉도는 근본 원인으로는 '소방 재정의 극심한 지방 의존 구조'가 꼽힌다.
2020년 소방공무원 신분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소방 사무는 여전히 지방자치단체 소관으로 남아 있다. 총 소방예산은 2020년 5조7644억원에서 올해 8조5949억원으로 늘었으나, 지방비 비중은 여전히 90% 안팎(올해 기준 88.5% 이상)에 달한다.
특히 정부의 2만명 충원 기조에 따라 소방 인력이 6만6000여명으로 늘면서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가 폭증했다. 지난해 전체 인건비 6조3632억원 중 정부가 지원한 소방안전교부세는 5476억원(8.6%)에 불과했다. 인건비를 지자체가 대부분 감당하다 보니 노후 장비 교체나 안전 시설 투자 등 재정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화재 및 구조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35명에 달한다. 더 이상 소방관의 희생을 방치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소방청은 부천 화재 사고를 계기로 국가직 소방공무원에 대한 인건비 국비 지원 비율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