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만에 또 '변심'…푸틴은 어떻게 트럼프를 돌려세웠나

트럼프 푸틴 악수 사진연합뉴스로이터
트럼프 푸틴 악수 [사진=연합뉴스/로이터]

불과 석 달 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치켜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러시아 쪽으로 기울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 시각) 그 배경에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기름값 불안, 그리고 이를 파고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계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만 해도 우크라이나 편에 서는 듯했다. 수년째 요구를 굽히지 않는 푸틴 대통령 대신 젤렌스키 대통령을 칭찬했고,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도 지지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확전이지만 전쟁을 끝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확전"이라고 말했다.
 
흐름을 바꾼 건 기름값이었다. WP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길어져 유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중간선거가 다가오자, 트럼프 행정부가 돌연 태도를 바꿨다고 전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 8월 31일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행사에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을 만난 뒤, 연료값 급등의 원인을 이란 전쟁이 아닌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돌렸다.
 
젤린스키 사진연합뉴스AFP
젤린스키 [사진=연합뉴스/AFP]

푸틴 대통령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WP는 분석가와 당국자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대한 불안을 파고들어 러시아산 경유 거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물량은 미국 하루 소비량의 일부에 불과해 가격을 끌어내리지 못했다. WP에 따르면 미국 경유 평균 가격은 지난주 갤런당 6.33달러로 오히려 한 주 전보다 5센트가량 올랐다.
 
러시아는 이를 외교적 승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위 외교관들과 가까운 한 러시아 학자는 WP에 두 정상의 통화 뒤 모든 일이 벌어졌다며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크렘린 특사는 소셜미디어에 "체크메이트"라고 적었다.
 
반대 진영의 해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망명 중인 러시아 야권 지도자 미하일 호도르콥스키는 WP에 러시아 지도부를 "기회주의자"라고 부르며, 트럼프 대통령이 더 약해진 순간을 기다렸다가 이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에게 지금 상황은 서방이 약하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미국 안에서는 비판이 나온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유럽 담당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프리드는 WP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유값을 낮추는 거래를 했다는 홍보거리를 원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경유 거래 발표 뒤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약하다"고 비판한 것도 반감을 키웠다고 봤다. 프리드는 강자가 세력권을 나눠 갖는 세계관을 두 정상이 공유한다는 점을 짚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는 전략적으로 버릴 수 있는 존재가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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