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약세가 심상치 않은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국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최근 국내 경제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와 물가상승이 모두 달러화 약세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환율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한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동결해야 하지만 경상수지 적자를 생각하면 금리를 내리는 것이 유리해 어느 쪽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 곤두박질 치는 환율
올해 초 940~950원 선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현상으로 인해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28일 원/환율은 936.50원으로 한달여 만에 930원대로 떨어졌다. 이후 930원대를 횡보하던 환율은 3일 346.90원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시장에서는 환율이 장기적으로 92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금리 인하 등으로 달러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달러화가 유로화 대비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세계 각국의 통화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하반기에 920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경상수지 적자에 물가상승까지
달러화 약세가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경상수지 적자 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6.0%를 기록했던 대미 수출증가율은 지난 1월 0.5%로 떨어졌다.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국내 경상수지는 지난해 12월 8억1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올해 1월에는 10년 만에 최대인 26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8억800만달러의 적자가 발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이 감소하고 수입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경상수지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화 약세는 국내 물가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달러화 약세로 국제 원자재 가격의 달러화 표시 가격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곧바로 국내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1월 원유도입단가는 배럴당 89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달러나 올랐다. 이에 따라 1월 원유수입액도 41억달러에서 73억달러로 급증했다.
소비자 물가도 크게 뛰어 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9%로 4%에 육박했다. 2월에는 3.6%를 기록해 오름세가 다소 꺾였지만 여전히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
◆ 깊어지는 한은의 고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7일 정책금리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한은은 경상수지 적자와 물가상승 중 어느 쪽을 먼저 잡아야 할지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경기침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하해야 하지만 물가상승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소비자 물가를 챙기고 있는 만큼 일단 금리를 동결해 물가 잡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FRB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한국과 미국 간 정책금리차 확대를 우려해 금리 인하에 나설 수도 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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