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31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은 금산분리 완화와 금융지주회사 설립 활성화 등이 주요 골자다.
금융산업을 신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금융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그동안 정부 주도로 적용해 온 규제를 시장의 편의성을 위해 완화하겠다는 새 정부의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
다만 규제 완화를 급하게 서두를 경우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하반기부터 금산분리 완화=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1단계로 사모펀드(PEF)와 연기금의 은행지분 보유 규제를 하반기부터 풀기로 했다.
금융위는 기존 PEF에 투자한 산업자본의 지분율이 10% 이상일 경우 금융자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개정키로 했다.
이럴 경우 산업자본의 지분율이 높은 PEF도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산업자본의 PEF 지분 참여 한도를 15~20% 정도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금융자본으로 분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2단계는 현행 4%인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이는 1단계에 비해 훨씬 직접적인 규제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금융위가 구상 중인 1단계 및 2단계 금산분리 완화 방안은 오는 하반기부터 시행될 수 있어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와 학계 일각의 비판 여론을 무마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참여연대는 최근 논평을 통해 "론스타와 같은 투기성 자본이 은행을 소유하게 될 경우 은행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산업자본이 PEF의 힘을 빌어 은행을 사금고로 만드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 보험사도 지주사 설립 가능=금융위는 비은행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우선 증권사나 보험사 등 비은행지주회사가 비금융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삼성생명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는 식이다. 이 때문에 금산분리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불거질 때마다 삼성이 거론되는 것이다.
다만 금융위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요 내부거래를 엄격하게 통제하기로 했다. 순환출자나 계열사 간 상호출자 등 복잡한 지배구조 정비도 필요 조건이다.
금융위는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올해 중으로 산업은행을 지주회사로 전환시켜 내년부터 2012년까지 총 49%의 지분을 매각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산은 지분 매각대금으로 한국투자펀드(KIF)를 설립해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특히 경쟁력을 갖춘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해 민영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 자잘한 규제는 전면 재검토=금융위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관행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각종 규제를 재검토해 불필요한 규제는 모두 없앤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금융권 관계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금융규제개혁자문위원회를 만들어 각종 규제의 존속 및 완화, 폐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고시와 지도공문, 구두지시 등 비명시적 규제에 대해서는 필요할 경우 법제화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폐지할 계획이다.
또 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 제정 작업을 오는 7월말까지 완료하고 은행법과 보험업법 개정안을 올해 중으로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 업종간 칸막이 규제를 혁파하기 위해서다.
◆ 금감원 수난시대 시작될 듯=이번 금융위의 금융정책 계획에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조직은 금융감독원이다.
금융위는 금융감독기구 인력의 25% 이상을 외부 전문인력으로 충원키로 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닥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현 정원 1700명 가운데 회계사, 변호사 등 외부 전문인력은 현재 229명 수준이다. 따라서 1700명의 25%(425명)를 외부 전문인력으로 충원한다는 것은 200명 가까운 내부 인력을 구조조정한다는 의미다.
또 금감위는 금융사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금감원 예산을 10% 삭감키로 했다.
금융사들이 거둬내는 감독분담금이 금감원 예산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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