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어떤 전략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트리고 있을까.?
봄에 피는 민들레는 낙하산의 원리를 이용한다. 민들레의 꽃이 지면 흰 갓털이 씨앗에 붙어 낙하산 같은 모양으로 하늘을 둥둥 떠다닌다. 만약 씨앗에 갓털이 없다면 그 씨앗은 민들레꽃이 피어있는 바로 그 자리에 떨어져 민들레는 늘 그 자리만 맴돌 것이다.
소나무나 단풍나무, 물푸레나무 같은 식물은 씨앗에 날개를 달았다. 이들 식물에서 떨어진 씨앗은 날개가 공기의 저항을 받으며 프로펠러처럼 돌며 바람에 의해 날아가기 때문에 멀리 옮겨질 수 있다.
여름에는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라는 노랫말처럼 봉선화 꽃은 폭발을 한다. 봉선화 열매가 성숙하면 스프링처럼 씨앗이 저절로 튕겨져 나온다. 봉선화뿐 아니라 괭이밥이나 이질풀의 씨앗도 이런 방법으로 멀리 날아간다. 특히 지중해에 자라는 박과의 ‘분출오이’는 폭탄처럼 씨앗이 터져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을에 산이나 들에 나갔다 오면 양발이나 신발, 옷 등에 이름 모를 식물의 씨앗이 붙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도깨비바늘, 도꼬마리, 진득찰 같은 귀화식물들이 여기에 속한다.
또 야자나무나 문주란, 해녀콩, 모감주나무 등은 씨앗처럼 물에 띄워서 종자를 퍼뜨리는 식물이 있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인 충남 안면도의 모감주나무 군락이나 제주도 토끼섬의 문주란 군락은 바닷물에 의해 씨앗이 퍼진 대표적인 지역이다.
동물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바로 식물의 열매를 짐승이나 새가 먹도록 하는 것이다. 딱딱한 씨앗은 동물의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고 배설되므로 동물이 이동한 거리만큼 씨앗을 퍼뜨릴 수 있다.
식물은 자기 종족의 번식을 위해 오랜 노력 끝에 다양한 전략을 터득했다. 하지만 지금 지구에서의 식물은 인간의 도움없이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다. 식물과의 공존에 동의한다면 길가에 피어난 풀 한 포기에도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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