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四川)성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중국 당국의 경제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인민은행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지난 14일 공개한 2008년 1분기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경기과열을 방지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이같은 입장은 인플레를 방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기는 하나 경기과열에 대한 경계를 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빠뜨리지 않았던 경기과열 방지 발언을 삭제한 것은 중국 당국이 긴축 고삐를 늦출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이번 보고서가 대지진 발생 이후 공개됐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당국의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을 비롯한 정책 당국이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ICBC 크레딧스위스 에셋 매니지먼트의 장링 매니저는 "이번 지진으로 정부의 지원이 있을 것임은 확실하다"고 내다봤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스탠다드차터드의 왕즈하오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지난 4월 소비자물가가 8% 넘게 상승했지만 당국의 통화정책은 경기부양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대출 규제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2분기에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철회하고 있다. 대지진 발생으로 민심이 흉흉하고 인플레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마저 인상될 경우, 경제적인 타격과 심리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쓰촨성 대지진이 중국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쓰촨성에서 생산되는 쌀이 전국 생산량의 7.3%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돼지 사육 규모가 11%를 넘는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신중론자들의 평가다.
JP모간체이스는 지진 발생 이후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쓰촨성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20%를 차지한다는 것에 주목하고 지진 사태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신증권은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인민은행 역시 기존 긴축정책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신증권은 이번 지진으로 올해 중국의 GDP가 0.2%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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