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통' 경찰 강철중이 돌아왔다.
2002년 '공공의 적' 1편과 2005년 2편 이후 시리즈의 3편에 해당하는 영화 '강철중:공공의 적 1-1'에서 강철중은 자기 이름을 제목으로 내걸고 들이대는 만큼 한층 더 강해지고 유들유들해졌다.
칼에 찔려도 마취없이 수술대에 드러눕더니 어느새 퇴원해서 악당을 찾아가 1대1 '맞짱'뜨기를 청한다. 악당의 집에 찾아가 저녁식사를 하고 딸아이와 함께 악당이 있는 주말농장까지 찾아간다.
이 영화가 시리즈 3편 중 완성도나 오락성 면에서 최고로 꼽힌다면 이는 각본을 쓴 장진의 덕분일 듯하다. 강철중은 한결 더 강해진 동시에 넉살이 좋아졌고, 단선적이기만 했던 적(敵)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갖췄다.
개성이 강해진 캐릭터에 생명력을 주는 것은 두 주연 배우의 호연이다.
2편의 검사에서 1편의 형사로 다시 옷을 갈아입은 설경구의 연기는 찰진 대사와 맞물려 한층 힘있어졌다. 어눌한 전라도 사투리로 잔인하면서도 매력적인 악당을 보여준 정재영은 단지 '악당스러움'만 보여준 전편의 악당들에 비해 한층 현실감있다.
줄거리는 전편 들에 비해 두 캐릭터 중심으로 간단해졌다.
강동서 강력3반의 강철중(설경구) 형사는 이제 경찰을 그만둘까 고민하고 있다. 죽도록 '나쁜 놈'들을 쫓아다녀봐도 전세금이 모자라 허덕이는 신세.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갔더니 신용등급 때문에 '대한민국 형사'에게 그깟 돈 5천만원 대출해줄 수 없단다.
무단 결근도 해보고, 사표도 내봐도 구차한 형사 생활에 딱히 답은 없는 듯. 그러던 차에 그의 관내에 살인 사건이 잇따르고 강철중의 피를 들끓게 할 '공공의 적'이 등장한다.
거성그룹의 회장인 이원술(정재영)은 그가 입을 열기 전에는 그저 멀쩡한 기업가로 보인다. 입을 열어도 자식과 부인에 대한 사랑이나 나름 건전한 국가관과 사회관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회사는 일반 회사들과는 거리가 있다. 주요 업무라는 게 이권에 개입하거나 남들이 받지 못하는 돈을 대신 받아주는 것. 여기에 조직원으로 고등학교의 '주먹'들을 가입시켜놓고 스파르타식 교육을 시키는 '못된 짓'까지 서슴지 않으니 사실 이름만 멀쩡할 뿐 조폭 집단과 다를 게 없다.
사건의 발단은 강동서 관할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이 학교 '주먹 짱'이 칼에 찔린 채 발견된 것이다. 죽은 학생의 친구들을 만나 수사를 벌이던 강철중은 이들의 배후에 이원술이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특유의 '깡다구'로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영화는 특유의 캐릭터와 전형(典型)을 갖추며 시리즈의 롱런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강철중의 캐릭터 주변에는 그를 잘 이해해주는 반장(강신일)이 있고 산수(이문식)와 용만(유해진) 등 한때 범죄에 몸담았던 익살스러운 조력자들이 있다. 캐릭터만 봐도 반가운 인물들이 제대로 포진했다.
폼은 덜나지만 몸으로 부딪히는 '공공의 적' 특유의 액션, 사건 해결 장면에 어김없이 등장하던 특유의 음악도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갑다.
다만, 전편들보다 인물들의 캐릭터가 한층 풍부해졌는데도 여전히 사회의 부조리를 '공공의 적' 개인에게만 대변시킨 채 그를 섬멸하는데서 멈춘 것은 아쉽다.
돈이 명분보다 앞서고 불의가 정의를 앞서는 세상에 분노하면서도 강철중은 '공공의 적'을 응징하는 데 만족할 뿐 사회의 구조적인 부조리를 찾아나서는데에는 한 발자국도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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