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가계는 물론 국내 경제 전반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고 있는 고유가 현상으로 손해보험업계는 오히려 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료비 부담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줄어 들어 보험금 지급 규모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 들어 크게 낮아지고 있다.
손해율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 가운데 보험금으로 지급된 금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손해율이 70%라면 10만원의 보험료를 받아 7만원만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의미다.
현대해상화재는 지난 2월 68.4%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기록했지만 4월에는 67.5%로 낮아졌다. 4월 손해율은 전년 동월 대비 3.1% 하락한 수치다.
동부화재는 4월 70.9%의 손해율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2.1% 낮아졌다.
한화손해보험은 2월 74.0%에서 4월에는 69.4%로 손해율이 하락했다. 한화손보의 4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7.9% 낮아졌다.
LIG손해보험은 지난 2월 72.7%의 손해율을 기록했으나 4월에는 69.3%로 3.4%나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7.9% 가량 낮아졌다.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낮아진 것은 고유가로 운전자들이 자가용 운전을 자제하면서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4만440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7776건)보다 7.1% 줄었다. 또 고액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사망 사고의 경우 일년새 4.4% 감소했다.
4월 들어서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줄어들고 있다. 올 4월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1만676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7.2% 감소했다. 사망자와 부상자도 각각 전년 동월 대비 7.4%와 14.8% 가량 감소했다.
LIG손보 관계자는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손해율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교통사고가 줄어들면 손해율도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의 수요 폭증과 달러화 가치 폭락으로 촉발된 고유가 현상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손보사들의 손해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1일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의 배럴당 가격은 133.17달러를 기록하며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4일 현재 124.31달러로 폭등세가 다소 진전된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유가를 초래한 외부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하반기에도 유가 급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험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익을 거둔 가운데 고유가로 뜻하지 않게 손해율이 낮아지는 이득도 보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그동안 과도하게 인상돼 왔던 자동차보험료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