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중국증시가 급락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
중국증시가 이틀 동안 8% 넘게 폭락한 가운데 중국 투자심리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당국의 증시 부양 정책을 믿었던 투자자들이 증시가 급락하면서 아연실색하는 것은 물론 일부 투자자들은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고 차이나데일리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올해 60세의 유아이민 씨는 10일 증시가 7% 급락하면서 2만위안의 손해를 봤지만 자신은 그 이상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정부가 주식거래세를 인하하면서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은 희망을 가졌다"면서 "모두가 새로운 강세장을 기대했지만 이런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투자자들이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면서 증시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악화된 상태라고 전했다.
베이징 화학공장에서 일하는 45세의 위안자이 씨 역시 "거래세 인하 조치 이후 증시가 9% 폭등하면서 강세장이 다시 올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면서 "그러나 이처럼 기대한 것이 바보 같은 짓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증시가 다시 급락세를 나타낸 것은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과 유가 상승에 따른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 기인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증시 역시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증시 약세 요인들이 대부분 대외적인 변수라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당국에서 증시 부양책을 내놔도 대외 변수가 개선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세계 경제와 중국증시의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틀간의 폭락 장세에 중국 투자자들이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 수 있다고 차이나데일리는 설명했다.
개인투자자인 쟝샹펑 씨는 자신의 모든 저축액을 주식에 투자했다며 "중국 주식은 위안으로 거래되고 미국 주식은 달러로 거래된다"면서 "미국 여파로 중국 주식이 약세를 보인다는 것을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상황이 악화되자 일부 투자자들은 당국의 긴축정책을 비난하고 나섰다. 50세의 리지안펑 씨는 "인민은행이 다시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면서 "투자심리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이 회복할 기미가 보일 때까지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6세의 세일즈맨인 왕쑤안 씨는 "지금 완전히 쇼크 상태다"라면서 "지금처럼 상황이 악화됐던 적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1년간 상하이지수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
이날 중국증시의 상하이지수는 전일 8% 가까이 급락한 이후 1.6% 하락해 장중 3000선이 붕괴되는 등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마감했다. 장중 지수 3000선이 무너진 것은 4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7일 시중은행의 지준율을 1%포인트 끌어 올려 17.5%로 상향조정했다.
통상적으로 0.5%포인트씩 지준율을 인상했던 인민은행이 인상폭을 두배로 올린 것은 강력한 긴축정책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중국증시가 최근 수년에 걸쳐 강세를 지속하면서 전문가들조차 약세장에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HSBC의 스티븐 선 중국 투자전략가는 "최근 증시 패닉은 모든 뉴스가 다 부정적인 소식으로 들렸기 때문"이라면서 "대다수 펀드매니저들이 강세장만을 경험했던 사람들로 최근 약세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이다"고 평가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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