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본업인 예금 판매보다 부업인 펀드 및 보험 판매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조달비용이 싼 요구불예금 감소로 은행권 자금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비이자 수익을 확대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은행 등 6개 주요 시중은행이 올 상반기 출시한 금융상품 405개 중 펀드 상품이 240개로 59.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사를 대신해 팔고 있는 방카슈랑스 상품도 42개나 됐다. 반면 순수 여·수신 상품은 123개로 30.4%에 불과했다.
새로운 금융상품 10개 중 7개가 은행 본업과 거리가 먼 펀드 및 보험 상품으로 채워진 셈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신상품 91개 중 펀드 및 보험 상품이 85개로 무려 93.4%를 차지했다. 여·수신 상품이 전체 신상품 가운데 절반을 웃돈 곳은 우리은행과 외환은행 2곳 뿐이었다.
은행들이 펀드 판매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6개 시중은행의 펀드 설정 잔액은 올 들어 2조6084억원이나 급증했다.
이에 반해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은행은 요구불예금 잔액은 올 들어 3조8809억원 급감했으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도 각각 1741억원과 7321억원 줄어들었다.
요구불예금 잔액이 줄어들면서 은행권의 자금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자산운용사가 직접 펀드를 판매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은행들이 펀드 판매에 의존하는 영업 행태는 자제해야 한다"며 "예금 상품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수신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값싼 예금을 유치해 비싼 이자를 받고 대출해주는 전통적인 형태의 은행 영업이 한계에 달한 만큼 펀드 판매 등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시장팀 관계자는 "다른 금융업종들이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만 기존 영업 관행을 고수해서는 곤란하지 않겠느냐"며 "카드 발급을 늘리고 펀드 및 보험 판매에 주력하는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노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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