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설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미국 4위 증권사 리먼브라더스가 전방위적인 자구책을 공개했다.
리먼은 10일(현지시간) 예정보다 8일 앞서 분기실적을 공개하고 자산 매각과 배당금 삭감 등이 포함된 대대적인 자구책을 밝혔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리먼의 3분기 실적은 그야말로 사상 최악의 성적이었다. 3분기 순손실은 리먼브라더스가 사업을 시작한 158년 역사상 최대 규모인 39억달러(약 3조9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전망한 22억달러를 대폭 상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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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리처드 풀드 리먼브라더스 CEO는 현재가 이례적으로 힘든 시기라고 밝혔다. |
리먼은 회생을 위해 먼저 자금 조달과 부실자산 처리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상업용 부동산 자산부문을 분리하고 핵심 자산운용부문인 누버거 버만의 지분을 대거 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누버거 버만 등 자산운용그룹의 지분은 55%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리먼은 밝혔지만 구체적인 인수 후보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리먼은 상업용 부동산 부문 분리는 내년 상반기에 완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업 부동산 매각은 '스핀코(Spinco)'로 알려진 배드뱅크 설립을 통한 부실자산 처리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이번 자구책에는 40억달러 규모의 영국 모기지 포트폴리오를 거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 게 매각하는 안이 포함됐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대대적인 자구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된 리먼브라더스 주가는 장초반 10% 상승하는 등 선전했지만 결국 7% 가까이 하락한 채 마감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날 자구책에 대해 열광적인 반응보다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샌포드 C. 번스타인의 브래드 힌츠 애널리스트는 "자산 분리 결정은 좋지 않은 신호"라면서 "현재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지만 현재 아무도 리먼의 자산을 사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라이즌 인베스트먼트의 척 칼슨 포트폴리오 매니저 역시 "리먼의 조치는 월가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라면서 "리먼의 독립적인 영속성 유지 발언 역시 확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본 조달 계획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대두되고 있다. 전일 한국 산업은행과의 지분 매각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HSBC 홀딩스와 바클레이스, 노무라 홀딩스와 진행하고 있는 협상 역시 낙관적으로 내다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샌디 플록하트 HSBC 아시아 지역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투자은행에 관심을 갖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아직 리먼브라더스에 대한 관심이 없음을 밝혔다.
문제는 리먼이 계속해서 자산 매각 협상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 등 추가적인 악재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무디스는 리먼이 전략적 거래를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등급을 강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일 S&P 역시 자본조달 능력이 불확실하다며서 리먼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핵심 자회사인 누버거 버만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도 환영한다는 반응보다는 오히려 문제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익성이 높은 누버거 버만을 매각할 경우 향후 경영 상태만 더욱 안좋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진단했다.
게다다 사모펀드(PEF)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와 베인 캐피탈과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익 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모펀드 업계를 상대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대대적인 자구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리처드 풀드 CEO를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비난마저 확산되고 있다.
리먼브라더스의 사업이 악화되면서 사장을 비롯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풀드 CEO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다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풀드 CEO는 이날 실적 발표 자리에서 "지금은 투자은행 업계 역사상 이례적인 상황"이라면서 "리먼 역사상 최악의 시기다"라고 말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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