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유가 상승은 휘발유 및 식량 가격의 상승, 항공사와 자동차 제조업자들을 휘두르는 등 글로벌 경제에 있어 적지 않은 영향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시장 혼란이 가중되며 유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 3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배럴당 63달러선에서 움직였다.
이는 사상 최고치였던 7월11일 147.27달러에 비해 절반 이상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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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국제유가가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3일(현지시간) 60달러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
IHT는 이 같은 유가 하락세를 소비자들이 환영하는 반면 석유 생산자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멕시코는 석유 매출의 감소분만큼 내년 재정 예산을 축소시켜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혔고 에너지 애국주의 바람이 불고 있는 러시아·베네수엘라 같은 나라에서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어야 하는 에너지 사업을 연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IHT는 예상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가격 하락을 멈추기 위해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도 있겠지만 OPEC이 어떤 조치를 취하던지 간에 경제 침체와 수요하락으로 인해 향후 수개월동안 유가는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에너지정책 연구재단의 로렌스 골드스테인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유가 하락이 소비자들에게 있어 새롭고도 자극적인 패키지와 같다"며 신용경색과 증시 폭락으로 만신창이가 된 경제에 휴식을 공급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럴당 10달러의 유가가 하락하면 미국의 연간 에너지 지출에서 약 700억 달러가 줄어든다고 추산했다.
비싼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최근 소비자들은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휘발유 사용을 가장 빠른 속도로 줄여 유가가 꼭짓점을 친 당시 미국의 석유 소비는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동시에 휘발유 수요는 1983년 이래 가장 큰 월간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선진국 대다수의 휘발유 소비 역시 줄어들고 있다.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은 프랑스 내 연료 수요가 올해 6% 하락했다고 밝혔고 번스타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하루 130만 배럴의 오일 소비가 줄어 1982년 이래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가 아직 역사적 기준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많은 비즈니스 분야에서 올 여름 치솟았던 유가에 대한 충분한 보상 관리를 끝내지 못했을 정도로 유가 상승은 많은 문제들을 야기한다고 IHT는 지적했다.
특히 자동차 제조업자들과 항공 산업이 입은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가스 차량을 기피하는 가운데 미래의 차량 구매자들이 신용경색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정부를 향한 자동차 제조업자들의 문제제기와 함께 포드사를 비롯한 제너럴 모터스, 토요타의 매출은 9월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또한 2000년 항공사 지출의 14%를 차지했던 제트 연료 비용은 지난해보다 약 50% 가까이 올라 내년에는 전체 지출의 40%를 연료비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밖에도 유가의 지속적인 하락은 에너지 산업에서의 새로운 합병 물결을 이끌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몇 년간 원자재의 급격한 상승으로 원가가 올라 배럴당 추가 생산비용은 70~90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일부 생산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페트로 캐나다는 최근 사막 유전 개발 비용을 감안한다면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진 유가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밝히고 심해 유전 개발 비용 역시 불어났다고 덧붙였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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