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는 지난 2006년 데뷔 첫해에 한국여자대회 최초로 시즌 평균 60타수(69.72타)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단 2년 만에 국내대회를 완전 정복한 신지애는 올해도 해외와 국내투어를 오가면서 5승을 쓸어 담아 3년 연속 상금왕을 노리고 있는 한국여자골프의 신기록 제조기다.
지난 8월 초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 최연소 우승기록을 세우며 오초아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른 신지애는 내년 시즌은 LPGA투어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했다.
올 시즌 신지애의 발전 속도를 봤을 때 내년 시즌은 단순히 LPGA 신인왕 도전을 넘어 오초아와 세계 최고 지존자리를 놓고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뒤를 이어 새롭게 ‘골프 여제’로 등극한 오초아의 높은 벽을 쉽게 넘어서기는 힘들어 보인다.
현재 LPGA에서 시즌 평균 타수 60대를 기록한 선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소렌스탐을 제외하면 오초아가 유일하다. 평균 ‘60대 타수=골프 여제’의 공식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오초아의 올 시즌 성적은 전반기만 6승을 몰아치다가 중반 큰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한 충격으로 주춤했지만 4개월 만에 나비스타클래식을 정복하며 건재를 과시, 시즌 7승과 상금랭킹 1위를 독주하고 있다.
그렇다고 신지애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정복하면서 자신감을 붙은 신지애는 지난 주 열린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오초아에 2타 뒤졌지만 내용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세계적 선수들과도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더 큰 수확이다.
실력 못지않게 더 중요한 장점은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의 여왕’이라는 사실이다. “많은 팬들의 집중적인 관심이 오히려 나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평소의 말처럼 국내외 대회에서 초반 부진을 마지막 라운드에서 승부를 뒤집는 집중력은 다른 선수들로 하여금 ‘신지애 공포증’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신지애의 심리 상담을 맡고 있는 우선영박사(33.SY스포츠심리연구소 소장)도 “신지애는 워낙 멘탈이 뛰어나다. 본인이 목표를 세우면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어떠한 일에 대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내년 미국 진출 계획도 충분한 국내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제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제 내년 시즌 LPGA무대에서 ‘신 골프여제’ 오초아에 당당하게 맞서는 ‘국내 지존’ 신지애의 멋진 경기 모습을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윤용환기자happyyh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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