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해소 관건
환율이 1500원대를 향한 질주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7일 원.달러 환율은 국내외 증시 불안 여파로 6년 6개월만에 최고치인 1328원까지 치솟았다.
올들어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 33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고 지난달까지 9개월간 무역수지가 14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외화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환당국도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적자 문제와 수출 중소기업, 외화자금시장 지원 문제로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개입을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환율 1500원 돌파 가능성=전문가들은 시장에서 공포감이 진정되지 않는 한 환율 오름세가 이어지며 1500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와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당시는 경제 침체와 정부 외환관리 부실에 따른 것이지만 최근 환율 급등은 미국 금융부실에 따른 세계적 신용경색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 자본시장을 자유화하면서 위험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해 가용 외환보유액이 100억 달러도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현재 달러 부족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가 다 같이 겪고 있는 문제다.
특히 다음달 중순 이후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미국 구제금융 정책이 본격 가동되면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IMF 당시 아시아시장이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특정 지역이 아닌 세계 시장 전체가 문제다. IMF 때와 비교해 우리나라 기업 부채비율과 현금확보율, 이자보상비율,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차입을 비롯한 지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이라고 말했다.
외환보유액이나 기업과 금융기관 재무구조가 11년 전보다 탄탄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금융시장 불안해소 관건=외환시장 안정은 극도로 불안해진 투자심리 안정이 관건으로 보인다.
환율이 단기 폭등하는 양상이 지속될 경우 원화 투매 현상이 나타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처할 수 있다.
올 7월 28일 1006.00원 이후 원.달러 환율은 두달만에 330원 넘게 뛰었다.
정부가 중국,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과 공조를 강화하며 외환시장 불안심리를 다잡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한국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므로 IMF 때와 같은 고금리 고환율, 내수긴축 강요 같은 극약처방은 내릴 수가 없다. 국내적으로도 주택경기를 비롯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단기유동성 공급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국제사회와 공조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양종금증권 이철희 연구원은 "정부는 국내외 요인에 의한 원.달러 환율 상승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달러화 매도 개입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 은행 같은 공기업을 통한 달러차입을 늘려 수급 문제를 완화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폭을 제한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를 시장에 맡겨뒀다가 뒤늦게 대규모 구제금융안을 마련한 미 정부 전철을 밟지 말고 선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윤덕룡 선임연구위원은 "환율 이상급등은 외환시장 구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장기적으로 시장 참가기관을 늘리고 유로화와 엔화 거래를 허용해 원.달러 환율이 엔화와 유로화 강세 같은 국제 금융시장 기조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외환보유액을 쏟아붓는 매도 개입을 지속하기 보다는 시장 실패를 인정하고 환율 변동폭 제한 같은 조치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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