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는 추락하면서 국내경제 전반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환율급등으로 통화파생상품에 가입한 중소기업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리까지 뛰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부실 위험도 크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불안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경제 주름살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금시장 악화 가속=국내외 자금시장이 얼어붙고 은행이 돈줄을 죄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자금난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이 2163개 제조업체를 조사한 결과 대기업 자금사정 실사지수(BSI)는 지난 5월 96에서 7월 89, 8월 85로 크게 떨어졌다.
국내외 경기 부진과 금융시장 불안이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며 자금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은 더 심각한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올 2분기 6조5000억원에서 3분기 3조9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중소기업 회사채 발행액은 8월 70억원으로 전달보다 75% 급감했다.
대기업 8월 회사채 발행액은 2조2016억원으로 29.1% 증가해 중소기업보다 사정이 낫지만 최근에는 일부 그룹 유동성 위기설로 인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이 경기 악화를 우려해 대출 심사를 강화할 계획이기 때문에 기업 자금난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 수입 대금 결제를 위해 달러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달러 품귀 현상이 심화하고 원.달러 환율이 계속 폭등하면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전자나 자동차, 조선 등 수출 업종은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있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업체는 결제 대금을 마련하는데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계.中企 부실 우려 증폭=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침체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가계와 중소기업 부실 가능성이다.
8월말 현재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0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6% 증가하며 300조원을 돌파했다.
2006~2007년에 급증했던 대출 만기가 거치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원리금 상환 시기가 돌아오는데다 최근 금리 급등으로 이자 부담이 커졌다. 최근 은행권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최고 연 10%를 넘어섰으며 변동금리형 대출 금리도 8%대로 급등했다.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고 경기 부진으로 실질 소득까지 감소하면 대출 연체 증가와 금융사 건전성 악화,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문제다. 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말 1.0%에서 8월 말 1.5%로 급등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영업 부진으로 채무변제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통화파생상품 키코 손실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8월 말 현재 키코에 가입한 471개 중소기업이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실현손실 5062억원과 평가손실 7784억원을 합쳐 보두 1조2846억원 규모 손실을 입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하강하는 국면에 금융 불안으로 금리가 오르고 있다. 외화수요가 늘면서 기업 투자나 민간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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