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 사태로 글로벌 자본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금과 원유 등 상품 가격이 폭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 사태가 악화되면서 실물경제의 침체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상품 수요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 상품시장의 폭락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2월물 가격은 배럴당 3.69%(5.4%) 하락한 64.15달러를 기록했다.
유가는 지난주에만 11%가 넘게 빠졌다. 고점인 147달러에서는 이미 56% 하락한 상태다.
지난주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일일 150만배럴의 감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유가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가치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 전망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유가를 비롯하 주요 상품가격의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 선물은 주말을 앞두고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는 것은 힘들다는 평가다. 금선물은 주말을 앞두고 온스당 15.60달러 상승한 730.30달러를 기록했다.
금값은 베어스턴스가 사실상 파산 상태에 직면한 뒤 JP모간체이스에 인수되면서 신용위기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3월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급값은 약세를 지속하면서 700달러 초반까지 빠졌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조정이 이어지면서 금값의 700달러 붕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사진: 금을 비롯한 상품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
금은 달러, 채권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금값은 상승하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 흐름은 정반대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금값 폭락의 배경은 무엇일까.
세계금위원회(WGC)는 신용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금값의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온라인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전했다.
글로벌 증시가 급락세를 지속하면서 펀드를 비롯해 마진콜을 겪는 투자 세력이 늘게 되고 이는 다시 금 등 상품 매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WGC의 나탈리 뎀스터 애널리스트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최근 금값의 하락은 증시 약세, 달러 강세와 맞물린 것"이라면서 "상품 포지션의 청산은 마진콜과 관련됐다"고 말했다.
증시가 급락하면서 현금 확보에 급급한 투자자들이 지난 1~2년간 상승폭이 높았던 금을 팔아치우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세계에 존재하는 16만t의 금 중 전자나 그 밖의 산업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은 12%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다수는 보석 또는 투자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금에 대한 매수세가 몰리는 이유였지만 최근 신용사태에서 금값은 산업 상품의 움직임과 같은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1년간 국제유가 추이 (출처: bigcharts) |
S&P의 다이앤 바자 채권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글로벌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상태"라면서 "상품시장 역시 전세계적인 유동성 악화의 짐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금값이 최근 조정을 겪고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목소리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USA골드의 피터 그란트 선임 애널리스트는 "올들어 막대한 유동성이 들어왔다"면서 "달러를 비롯해 외환시장의 혼란이 이어질 것이며 이는 결국 금값의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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