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5억. 외환보유고 2조달러. 세계 4위 경제 규모. 2만280km의 국경선에 인접국만 15개국. 21세기를 달리는 중국을 수식하는 말들은 모두가 기록적인 것들이다.
개혁개방을 시작한지 30년만에 중국은 구시대적인 공산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를 성공적으로 흡수한 '세계 경제의 축'으로 거듭났다.
新중화시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중국은 '아시아의 용'에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가로 솟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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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新중화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으로 상징되는 중국의 개혁개방은 이제 꽃이 만개하듯 찬란한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론 고성장에 따른 후유증과 함께 중화시대를 표방한 '팍스 시니카(Pax Sinica)' 시대라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의 헤게모니를 의미하는 '팍스 아메리카(Pax Ameica)'가 종말을 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중화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에 반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찾기 어렵다.
◆中경제, 세계 비중 30년만에 3배 늘어=신중화시대가 가장 뚜렷하게 목격되는 것은 역시 경제다. 세계 4위로 도약한 중국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년만에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은 지난달 중국의 2007년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30년전인 1978년에는 1.8%에 불과했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30년 전 10위에서6계단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GDP는 3조2800억달러(약 4800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GDP의 23.7%에 해당하는 것으로 일본(74.9%)은 물론 독일(99.5%)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중국은 아직 개발도상국 중 저소득 국가로 분류된 상태.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2360달러를 기록했다. WB는 1인당 국민소득 936~3705달러를 저소득 국가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0년 전의 190달러에 비해서는 10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1979년 이후 2007년까지 평균 9.8%를 기록했다. 과거 30년 동안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주요국의 경제가 비상을 시작한 시기에 비해서도 높은 것으로 일본의 9.2%와 한국의 8.5%를 넘어서는 것이다.
◆'주식회사 중국' 눈부신 비상='주식회사 중국' 역시 신중화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 거대 국유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다국적 기업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국영 전력회사인 국가전망공사(國家電網公司, SGCC)는 필리핀 국가 전력망을 운영하는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아시아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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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대표기업들이 해외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
중국 최대 이동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中國移動) 역시 파키스탄의 이동통신 사업자인 팍텔(Paktel)을 인수하면서 해외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국영 화학업체인 켐차이나는 해외 기업 인수와 함께 운영과 조직, 관리 부분에 글로벌 표준을 채택하면서 글로벌 화학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중국 최대의 컨테이너 운송 기업인 CIMC그룹은 대규모 해외자본 유치와 함께 자체적인 해외 물류망을 구축하면서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했다. CIMC가 세계 컨테이너 운송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돌파했다.
기존 거대기업은 물론 중국의 신생기업들 역시 무서운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토종 자동차 기업인 ‘치루이(Chery)'는 개도국을 주요 시장으로 공략하면서 글로벌 자동차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인 차이나방케(China Vanke) 역시 설계에서부터 건설, 부동산 관리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관련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면서 중국의 대표적인 혁신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中 소프트 파워에서도 강대국 도약=정치·문화에서도 신중화시대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는 과거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역사적으로 강대국 지위를 누렸던 모든 국가로부터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른바 소프트 파워(soft power)라 불리는 연성권력의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외교를 비롯해 문화, 언어, 군사 등 전방위적으로 소프트 파워 확산에 나서고 있다.
문화에 있어서는 한때 전형적인 구시대적 산물로 여겨졌던 공자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 중국은 외교를 비롯해 소프트 파워에 있어서도 강대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아소 다로 일본 총리와 회담하고 있는 후진타오 주석. |
신화통신에 따르면 베이징(北京) 중관춘(中關村) 남로에 자리잡은 중국 국가한어국제추광영도소조판공실(國家漢語國際推廣領導小組辦公室)은 세계 각국에서 250여 곳의 공자학원 신청서를 처리하고 있으며 중국 경제 성장과 함께 중국 문화와 중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외교에서도 중국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앙숙이었던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시키고 있으며 인도를 비롯해 베트남 등 국경이 맞닿아 있는 국가들과 마주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구상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는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노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매년 수십억달러의 원조외교를 펼쳐 아프리카의 50여개국 정상을 중국으로 초청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아프리카의 자원을 선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반미·좌파 정권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남미에서 중국의 입김 역시 강화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친미국가로 분류되는 오스트레일리아 역시 미국과 중국의 이미지가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중국의 외교 전략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베트남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가의 주체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원조는 이미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
아프리카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등 중국으로부터 원조를 받는 나라들의 국민들은 중국에 대해 미국 등 서방 제국주의와는 다른 친밀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이 경제적인 원조를 진행하면서도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자율성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베이징올림픽으로 발판 마련...소수민족·사회 구조적 문제는 숙제=베이징올림픽은 중국이 아시아 주요국에서 전세계에 이미지를 구축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다. 베이징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 고위 인사로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마이클 제프리 호주 총독 등 20여개국 국가원수나 정부수반, 왕족 등 역대 올림픽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결과다.
중국은 올림픽 운영비로 중국은 당초 예상(6억달러)보다 훨씬 많은 22억달러를 투입했지만 천문학적인 입장료 수입과 광고료 덕분에 흑자 올림픽을 이룩했으며 전세계 60억 인구 가운데 45억명이 올림픽 개막식과 경기를 관람하는 성과를 올렸다.
티벳 사태로 대표되는 갈등이 여전하기는 하지만 중국 국내적으로도 국민들의 단결과 자긍심을 고양시키는 기회로 작용했다.
그러나 베이징올림픽이 장밋빛 희망만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 올림픽 기간 중 발생한 위구르족 폭탄테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중국의 소수민족은 여전히 중국에게는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올림픽으로 대두된 중국의 자신감이 지나친 민족주의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조지 워싱턴 대학 데이비드 샘버그 교수는 과거 서구 열강에게 당했던 치욕의 기억으로 중국 사람들은 외국인 혐오증을 갖고 있다면서 "중국이 국제사회에 진입하면서 패권주의를 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금융시장 시스템이 여전히 불완전하며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의 시골 지역과 농촌은 개발에서 소외됐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으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중국의 성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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