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빼는 건설업계(하) -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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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0-2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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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래정상화 실질적인 수요진작책 나와야 업계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도 절실

정부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달가워 하지 않는 분위기다. 호황기엔 흥청망청하더니 경기가 어려워지니까 손만 벌린단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추가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가 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은 수요 진작책. 업계는 유례 없는 위기의 원인이 집을 지어도 팔리지 않는 구조적 문제에 있다고 지적한다. 미분양 주택이 쌓이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한 만큼 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돈이 돌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규제완화가 절실하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손을 놓고만 있었던 건 아니다. 정부는 최근 건설사 보유토지를 매입하고 분양받은 공공택지에 대한 환매와 전매를 허용하는 한편 지방 미분양 주택을 환매조건부로 사들이는 내용을 담은 10ㆍ21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9조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대책에는 대출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거래 활성화 방안도 포함됐다.

앞서 정부는 1가구 2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을 축소하고 재건축 규제를 풀기로 한 데 이어 분양가상한제를 완화해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에 대한 건설업계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실질적인 수요 진작책으로는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대책은 시장의 거래를 정상화하기엔 역부족"이라며 "건설사에 대한 유동성 공급방안이 담긴 10ㆍ21 대책 역시 오히려 자금난을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수요가 많은 수도권이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고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의 수위가 유지되는 한 누가 선뜻 집을 사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엔 금리마저 크게 올라 대출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집값 하락세는 계속돼 주택거래시장에서 거래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공공택지를 되사주고 환매조건부로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공공택지 환매시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포기해야 하고 미분양 주택 매각대금은 부채 상환용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택지의 경우 계약금은 물론 중도금까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조달하고 있는 실정에서 계약금을 떼이면 결국 빚만 늘어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공동택지 환매시 계약금은 물론 이미 납부한 토지대금도 전액 환급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매입 대상 주택의 선정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채훈식 부동산써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만큼 명확한 선정기준이 정립돼야 한다"며 "투자기준이 명확하고 객관적이어야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수요층이 결국 수도권 투자자들인 만큼 이들을 유인할 만한 주택부터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자구노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같은 분위기를 읽은 건설업계는 최근 ▲미분양 아파트 가격 인하 ▲보유 부동산 매각 ▲임금 동결과 조직합리화 등 기업구조조정 추진 등의 자구 노력을 통해 위기극복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업계의 자구책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구조조정"이라며 "현재 업계는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일시적인 '버티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더 먼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 매입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흑자도산 위기에 몰린 업체를 가려 선별적인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다만 미분양 주택 매입시 업체의 희생을 강요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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