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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신용 전망 하향..신인도에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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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1-1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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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사가 10일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한 단계 낮춰 '부정적'(Negative)으로 조정하면서 외환위기 당시 신용등급 추락을 경험한 우리에게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

    세계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본격 진입함에 따라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에서 피하기 어려운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6개국이 평가를 받아 그중 말레이시아와 한국만 전망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글로벌 무대의 냉혹한 평가가 드디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한다.
    세계경제의 내리막 국면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할 전망이고 이 경우 내년에 있을 연례평가에서는 국가 신용등급 자체가 내려갈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에 정부의 실물경제 회복 노력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등급전망 왜 낮췄나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세계 각국의 신용등급을 여러 단계로 구분해 매기면서 이 신용등급이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긍정적'(Positive), '안정적'(Stable), '부정적'의 3단계로 전망하고 있다.

   긍정적일 경우 향후 평가에서는 등급 자체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부정적일 경우 등급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피치는 미국과 유로, 일본, 영국 등 선진국 경기가 리세션(경기침체)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신흥국가들도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 등급전망을 낮춘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번에 평가를 받은 17개국 가운데 불가리아, 카자흐스탄, 헝가리, 루마니아 등 4개국은 아예 신용등급이 내려갔고 한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멕시코, 남아공, 칠레, 헝가리, 러시아 등 7개국은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피치사는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전 세계 경제가 심각한 리세션 국면으로 진입한 것으로 봤는데 그 이유로 ▲선진국 경제가 침체로 진입하면서 전 세계 무역이 위축되고 ▲상품가격의 지속 하락으로 가계.기업의 소비.투자가 감소하고 있으며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이머징마켓으로 위험이 전이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 신용등급이 올라가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면서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그나마 신용등급은 유지되고 전망만 낮아졌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대만, 태국, 인도 등 6개국이 우리와 같이 평가를 받았지만 4개국은 등급전망이 유지되고 우리와 말레이시아만 낮아졌다는 점은 우려스런 대목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명확하게 왜 우리의 전망을 낮췄는지를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시아.태평양 신용등급 책임자 제임스 매코맥이 '금융위기 이후 한국 정부가 취한 외화유동성 공급이나 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 거시경제 부양조치 등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세계경제의 흐름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지, 한국정부가 뭘 잘못했다거나 유독 한국 경제가 안 좋아서 낮아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정부는 피치사의 이번 하향 조치가 국제시장에서 우리나라에 부정적 영향 크게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종구 국장은 "신용등급 자체가 낮아지면 외평채를 발행하거나 국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금리 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전망만 내려가서는 심리적으로 안 좋은 영향은 있겠지만 눈에 띄게 불리해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 다른 평가사들도 낮출까
정부는 이번 피치사의 등급전망 하향 조정과 관련,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다른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동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무디스와 S&P의 경우 지난 10월 말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및 등급 전망을 유지한 이후 별 움직임이 없으며 이렇다 할 일정도 잡혀 있지 않다"고 말했다.

   무디스의 경우 10월 17일 "한국 정부는 세계 금융시장 위기에 맞서 국가의 취약성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국가신용등급을 'A2',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S&P도 같은 날 "한국은 역동적인 경제, 건전한 재정과 외부환경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외화표시 장기채권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전망도 종전대로 '안정적'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번 피치의 발표가 보통 2~4월에 이뤄지는 연례적 성격이 아니라 세계 경제가 급변한 상황을 반영한 것인 만큼 예단하기에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와 S&P도 세계 실물경제 침체가 지속할 경우 재검토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신평사들의 평가가 상대평가라기 보다는 절대평가에 가깝다는 점과,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은 이런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S&P는 지난달 등급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의 은행들이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 정책이 실패한다면 한국 경제와 정부의 재정상태는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하향조정 가능성을 열어놨다.

   물론 S&P는 은행 외화차입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한미 통화스와프 등 정부 정책을 감안해 국민은행 등 7개 국내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한 지 보름 만인 10월31일 해제했지만 불씨는 살아 있는 셈이다.

  
◇ 2003년 무디스가 '부정적' 조정
과거에도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뀐 적이 있다.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후에는 2003년 2월 11일 무디스가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두 계단이나 내린 것이 유일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당시 무디스가 내건 이유는 북핵 리스크였다. 2002년 10월 북핵 위기가 발발한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추방하고 2003년 1월 10일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서 탈퇴하는 등 북한의 일련의 조치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였다는 것이었다.

   물론 무디스는 북핵 문제가 6자 회담을 통해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면서 16개월 만인 이듬해 6월 11일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한 계단만 상향 조정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부정적 전망을 받았다고 해서 다음에 무조건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디"면서 "다음 평가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그동안 상황이 나아지면 전망 자체가 상향조정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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