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주요 30개 공공기관들의 올해 신규인력 채용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이들 공공기관 가운데 3분의 2 가량인 19곳에서 올해 신규채용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데다 앞으로 언제 채용할지 불확실해 해당 기관 입사를 준비해온 학생들에게는 사회 진출 첫 관문부터 막히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이 같은 채용 한파는 공기업 선진화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여러 공공기관들이 중장기 경영방향을 잡지 못하는데다 지난 10월 30일 한승수 국무총리가 공공기관들에 대해 10%의 경영효율화를 주문하면서 이 방침이 10%의 인원 구조조정 촉구로 해석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3일 기획재정부와 30개 공공기관에 따르면 한국전력과 토지공사, 주택공사 등 주요 공기업, 준정부기관의 올해 신규 채용 인원과 채용 계획인원은 946명으로 지난해 2천839명에 비해 66.7%나 줄었다.
작년에 400명을 뽑은 한국수력원자력과 195명을 뽑은 주택공사, 146명을 선발한 도로공사, 135명을 선발한 농촌공사, 130명을 뽑은 토지공사 등은 올해 한 명도 채용을 하지 않는다.
기술신용보증기금(지난해 80명), 주택금융공사(53명), 신용보증기금(32명), 수자원공사(88명), 한국공항공사(85명), 인천공항공사(40명) 등도 올해 채용계획이 없다.
대한주택보증(작년 13명), 마사회(14명), 한국감정원(31명), 예금보험공사(18명) 역시 작년에 일부 인원을 새로 뽑았지만 올해는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매년 상.하반기로 나눠 채용하는 한국전력은 작년에 470명, 올해 상반기 200명을 각각 뽑았지만 하반기에는 계획이 없다.
석유공사의 경우,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부문의 덩치를 크게 키워야 하지만 올해 채용인원은 21명으로 작년 88명의 4분의 1 수준 밖에 안된다.
다만 기업은행이 작년 404명보다 많은 472명을 채용중이고 산업은행도 작년 76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116명을 뽑을 계획이다. 이 두 국책은행을 제외하면 28개 공공기관의 올해 채용인원은 작년의 6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친다.
공공기관들은 이 같은 채용 동결에 대해 정부에서 공기업 선진화를 추진하면서 중기 경영계획을 세우기 어렵고 총리가 나서서 경영효율화를 주문하는 마당에 언제 인원을 강제 구조조정할지 몰라 신규인원 채용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의 공기업 혁신도시 이전 계획에 따라 지방에도 내려가야 하고 통폐합 얘기도 나오고 있어 신규인원을 채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지금 있는 인력도 얼마나 줄여야 할지 모르는데 어떻게 신입사원을 뽑을 생각을 하겠느냐"고 항변했다.
또다른 공공기관 담당자도 "총리가 일단 모든 기관의 경영효율성을 10% 높이라고 주문했는데 이는 경상경비와 인건비를 10%를 줄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면서 "신입사원 채용은 내년에도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채용동결이 사회 전반의 일자리 창출을 늘리고 대신에 방만한 기관운영을 개선한다는 정책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태도라면서 기관과 노조가 담합, `몸보신'을 하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여름 신규채용을 했던 한 공공기관은 해당 노조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의 장영철 공공정책국장은 "정부 방침은 공공기관들의 방만한 경영을 효율성 있게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 신규 채용을 중단하라는 것은 아니다"면서 "공공기관들이 취지를 뻔히 알면서 신규채용을 중단하는 것은 기관이나 조직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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