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24일 마련한 종합부동산세 수정안은 주택분 과세기준을 6억 원으로 유지하되 1가구1주택에 대해 3억 원의 기초공제를 적용하고 세율은 정부 개편안을 수용한 것이 골자다.
여기에 8~10년 이상 보유 때 10% 추가 공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공제도 애초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정의 절충안은 과세기준과 세율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입장과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수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사실상 기준 이원화
당정이 마련한 대체입법의 핵심은 애초 주택분 과세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되돌리겠다는 개편안을 정부가 포기하면서 6억 원을 유지하는 대신, 1주택자에 대해서만 기초공제 3억 원을 인정해 우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세기준은 1주택자는 9억 원, 다주택자는 6억 원으로 사실상 이원화된다. 여기에는 헌재가 세대별 합산을 위헌이라고 판시하면서 상대적으로 다주택자에게 혜택이 몰리는 쏠림 현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또 헌재가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일률적 과세를 문제 삼은 점도 어느 정도 반영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6억~9억 원 구간에 상대적으로 중산층이 집중돼 있는 만큼 다주택자가 받는 혜택과 형평성을 감안해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인 셈이다. 실제 6억~9억 원 구간에는 올해 기준으로 서울 13만4천 세대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22만6천 세대로, 전체 종부세 과세 대상 인원의 58.3%를 차지한다.
당정은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혜택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8~10년 이상에 대해 10% 정도 추가 공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애초 장기 보유의 기준을 놓고 3년, 5년, 8년 안 등이 다양하게 나왔고 민주당은 10년 이상은 돼야 한다고 못박은 상황이어서 8년 이상으로 가되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8년 안은 농지 보유의 경우 양도세 감면 기준이다.
한나라당에서는 헌재 결정 이후 애초 정부 개편안의 세율 인하 폭까지 줄이자는 목소리까지 나왔지만 세율은 일단 정부 입장을 유지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주택분 과표구간 및 세율은 현재 '3억-14억-94억원 이하-94억원 초과' 등 4개 구간에 걸쳐 각각 1-1.5-2-3%지만 정부 개편안은 '6억-12억원 이하-12억원 초과' 등 3개 구간에 0.5-0.75-1%로 바꾸는 것으로 돼 있다.
정부는 세율 인하로 종부세 부담이 70~80%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 9억이하 22만여 가구, 종부세 피할 수 있어
당정 안을 토대로 하면 지난해 기준으로 주택분 종부세를 냈던 가구 가운데 60% 가까이는 종부세를 피할 수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를 낸 37만9천 세대 가운데 58.3%인 22만6천 세대가 공시가격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였다.
한나라당 안은 원칙적으로 인별 과세기준 6억 원이 유지되고 1세대 1주택에 한해 예외적으로 3억 원의 기초공제를 인정하는 형태여서 이 방안만으로 22만3천 세대가 모두 종부세를 안 내는 것은 아니다.
공시가격이 9억 원 이하라도 집이 두 채 이상인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 가운데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인 경우가 22만6천 세대인 데 비해 주택 1채 보유자가 14만7천 세대(올해분은 13만9천 세대 전망)라는 점을 보면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헌법재판소의 세대별 합산 위헌 결정을 내린 점을 이용해 과거 10년간 6억 원 한도에서 가능한 비과세 배우자 증여한도를 이용하면 공시가격 12억 원까지 종부세를 물지 않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종부세 부담을 줄일 계획이어서 부부간 증여가 반드시 유리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종부세 세율이 현행 1∼3%에서 0.5∼1%로 내려갈 뿐, 없어지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취.등록세를 내고 증여로 명의변경을 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증여 등을 통해 종부세를 완전히 피하지 않더라도 세율이 대폭 내리고 공시가격의 80% 선인 공정시장가액의 개념이 도입되는 탓에 종부세 부담은 어쨌든 줄게 된다.
재정부 추산으로는 과세기준금액을 6억 원으로 유지해도 공시가격 12억 원 짜리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이면 종부세액이 현행 45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73.3% 줄어들게 된다.
한편, 2006∼2007년 종부세 자진신고 기간 내 종부세를 신고.납부하지 않고 부과 고지처분을 받아 낸 탓에 지난주부터 시작된 세대별 합산분 종부세 경정청구를 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도 구제의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가 이날 조세심사소위에 제출한 자료에서 이들에게 "종부세법을 개정해 환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종부세 무신고자는 2006년에 6천 명 가량, 지난해 1천 명 가량이며 이들 대부분은 종부세를 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야당은 절충안도 반대할 듯
한나라당과 정부가 절충안을 마련했지만 야당의 주장에 완전히 부합하는 것은 아니어서 이대로 최종 확정돼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헌법재판소 결정을 계기로 당정은 1주택자에 대해서만 실질적으로 과세기준으로 높여주는 등 야당의 주장을 일부 수용했지만 그동안 야당은 완화안 주요 내용을 전면 수정하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과세기준 6억 원을 유지하면서 부부 동거 1주택자에 대해서는 3억 원의 기초공제를 적용해 9억 원 기준을 적용하는 부분은 사실상 과세기준을 이원화하겠다는 취지여서 과세형평을 둘러싼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의 재산세적 성격을 감안할 때 주택 수에 따라 다른 과세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조세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종부세는 보유재산의 담세력에 기초해 과세하는 물세(物稅)이므로 재산 보유자의 보유 동기나 기간 등의 상황을 고려해 특례를 부여하는 것은 재산보유과세의 본질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도 종부세는 소득세가 아니라 재산세의 일종이어서 소득세처럼 인적 요인에 의해 세금을 차등부과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국회에서 최종안이 결정되면 당장 2주택 이상 보유자이지만 한 사람 명의로 재산가액이 6억~9억 원 사이인 납세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들은 그동안 같은 재산을 갖고도 1주택자인 사람들에 비해 재산에 대한 세금을 더 낸다는 것은 억울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부부공동명의로 바꾸려 해도 취득세와 등록세 부담이 커 쉽지 않다.
종부세율은 정부의 완화 안대로 정해졌기 때문에 대폭 조정을 주장해온 야당이 달가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날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부가가치세 세율의 한시적 인하 법안 등에 대해 수용곤란 입장을 밝힌 것도 향후 국회 심사 과정에서 논란을 증폭시킬 전망이다.
다만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의 경우 연령별로 10~30%를 추가 공제하는 방안은 야당에서도 주장해온 터여서 이 방향대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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