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마지노선 2000억달러 무너지나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 붕괴 관측···환율 폭등은 없을 것
보유액 감소세 예의주시해야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 아래로 무너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이미 어느정도 외환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에 환율 폭등을 불러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다만, 신용경색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환보유액의 감소 추세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적인 감소는 시장의 심리적 불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2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말 2122억5000만 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은 현재까지 시장에 공급한 달러 등을 감안할 때 심리적 마지노선인 2000억 달러 아래로 내려오는 것으로 계산된다
외환보유액이 2000억 달러를 밑돌면 이는 2005년 1월 1997억 달러 이후 3년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이달 들어 총 67억 달러를 풀었다. 이 가운데 61억 달러는 스와프 시장 경쟁입찰방식을 통해 은행에 공급됐고, 6억 달러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수출금융으로 지원됐다.

한은은 11월에 4차례에 걸쳐 국내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달러 스와프 입찰을 해 총 75억 달러를 공급했다.

이에 따라 이달 정부와 한은이 시중에 푼 외화유동성은 총 142억달러로, 이를 단순 계산하면 외환보유액은 1900억 달러대로 떨어진다. 여기에 외환당국은 환율급등을 막기위해 이달 15억 달러 규모를 시장에 공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기에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며 "향후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이어지면 시중에 달러가 늘어 당초 계획보다 유동성 공급속도나 규모가 줄어들 수 있어 외환보유액이 지속적으로 크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 18억8000만 달러 증가에서 4월 37억6000만 달러 감소로 돌아선 이후 5월 22억8000만 달러, 6월 1억 달러, 7월 105억8000만 달러, 8월 43억2000만 달러, 9월 35억3000만 달러, 10월 274억2000만 달러 등으로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 붕괴가 외환시장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보유액 2000억 달러 붕괴 가능성이 외환시장에 어느정도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것.

최근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10년8개월만에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한 것도 외환보유액 문제가 이미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김재은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외환시장 수급 상황이 나빠 외환보유액 감소는 부정적 소식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이 당국의 개입 규모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수급 측면에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를 밑돌게 되면 심리적으로 일부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외환보유액이 급감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표한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외환보유액의 절대 수준보다는 감소 규모가 전월대비 얼마인지가 중요하다"며 "10월에 이미 급감한 상태에서 11월 감소 폭이 더 커질 경우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금융시장 여건이 해소되거나 경상수지가 대폭 흑자를 기록해야 외화유동성 문제가 해결될테지만 둘 다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외환보유액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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