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가 감원 물결에 심각한 소비위축을 방증하는 최악의 소매판매 실적, 위기에 처한 자동차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좋은게 없는 경제상황 속에 급락했다.
이미 공식화된 미국의 경기침체가 근래 들어 가장 심각하게 진행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15.45포인트(2.51%) 떨어진 8,376.24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46.82포인트(3.14%) 하락한 1,445.56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5.52포인트(2.93%) 내린 845.22를 기록했다.
이날 증시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스웨덴 중앙은행들이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일제히 금리를 인하하고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빅3'의 최고경영진들이 의회 청문회에서 거듭 긴급구제를 요청한 가운데 주요 기업들의 감원 바람이 확산되고 11월 소매업체 판매도 사상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돼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장중에는 한때 300포인트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미 노동부는 이날 지난주(11월 24-29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50만9천명으로 한 주 전에 비해 2만1천명이 줄었다고 발표했으나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감원 계획을 내놓으면서 고용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미국 최대의 통신업체 AT&T는 전체 직원의 4%에 해당하는 1만2천명의 직원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듀폰도 4.4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계약직을 포함한 6천500명의 직원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11%에 해당하는 직원 5천300명을 추가 감원키로 했고 비아컴도 85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노무라도 리먼브러더스의 주식·투자은행부문 인수에 따라 런던의 직원 4천500명중 1천명에 대한 감원을 계획 중이라고 다우존스가 이날 보도했다.
이에 따라 5일 발표될 미국의 실업률은 10월의 6.5%에서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업의 감원에 따른 가계사정 악화로 심각한 소비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연말 대목에 들어간 미국 소매업체의 11월 판매 실적은 최악의 수준을 보였다.
국제쇼핑센터협회(ICSC)에 따르면 37개 소매업체의 지난 11월 동일점포 매출은 1년 전보다 2.7%가 줄어들어, ICSC의 예상치였던 '1% 감소'를 크게 웃돌면서 협회가 자료집계를 시작한 이후 35년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저가전략으로 매출이 1년전 보다 3.4% 증가한 월마트를 제외하면 지난달 전체 판매실적의 하락폭은 작년 동기 대비 7.7%로 더욱 확대됐다.
대형 할인 유통업체 타깃의 판매가 10.4% 감소한 것을 비롯해 메이시, JC페니 같은 백화점에서부터 의류업체 아베크롬비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업체의 매출이 두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제조업경기를 보여주는 공장주문 실적은 석 달 연속 감소하면서 8년 만에 가장 부진한 실적을 나타냈다.
미 상무부는 10월 공장주문이 5.1% 감소, 2000년 7월의 8.5% 감소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이날 발표했다.
빅3 경영진들이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구제를 재차 요청한 이날 GM이 구조조정과 채무 재조정 등을 위해 합의파산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예상 속에 GM 주가는 16% 떨어졌고 포드도 6%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미 국채 가격은 깊어지는 경기침체에 중앙은행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예상 속에 수요가 몰리면서 7일째 상승했다. 이에 따라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수익률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다.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오후 3시37분 현재 전날보다 0.08%포인트 내린 2.54%를 기록해 1954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고 3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0.1%포인트 내린 3.059%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기록했다.
한편 유럽의 주요 증시도 ECB과 잉글랜드은행(BOE) 등의 대폭적인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소폭 하락했다.
이날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핵심지수 FTSE100은 전일대비 0.15% 하락한 4,163.61로 마감했고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40 주가지수는 0.17% 하락한 3,161.16으로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주가지수는 전날과 거의 변동이 없는 4,564.23(-0.07%)으로 마감했다.
ECB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려 2년 반 만에 최저치인 2.5%로 조정했으며 BOE는 기준금리를 57년 래 최저인 2%로, 1%포인트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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