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출전선 전반 타격 예상, 내수도 암울
내년 성장률 급전직하..1~2년 동안 불안상황 지속 가능성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경제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성장 동력이었던 수출마저 위축되고 있다.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는 1930년을 전후한 세계대공황 때보다도 그 규모나 충격에서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지금은 세계경제가 짧게 보면 2차대전 이후, 길게 보면 공황 이후로 가장 나쁘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 상황이 위기의 끝이 아닌 ‘끝의 시작(beginning of end)’이라는 점이다. 적어도 1~2년 동안은 불안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를 낳고 있다.
◆ 수출·내수 총체적 부진...끝이 안보인다
세계 경제가 본격적으로 둔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증가율 역시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이 때문에 내년 수출을 한자릿수 증가에 그친 4900억 달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수출은 이미 지난달부터 감소세로 전환된 것으로 관측된다. 11월 1~20일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3% 줄면서 월간 기준 수출이 실질적으로 6년 만에 감소세로 뒤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내수 역시 시원찮다. 정부는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9월말에 4.5%로 예상했지만 지난달 수정예산안에서는 2.5%로 2%포인트나 낮춰 잡았다. 실제 3분기 전국가구의 월평균 실질 소비 증가율은 -2.4%로 관련통계가 나온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월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에도 못 미치는 고용불안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 내년이 더 문제..경착륙 위기
문제는 내년이다.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하강하고 고용시장마저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내년 성장률 전망이 급전직하하면서 한국 경제가 경착륙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JP모건·모건스탠리·UBS·스탠다드차타드·바클레이스·메릴린치 등 세계 7개 주요 투자은행들이 내놓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평균치는 1.2%에 불과했다. JP모건과 메릴린치가 1.5%, 스탠다드차타드 1.4%, 바클레이스 1.0%를 제시했고 UBS는 아예 -3.0%를 제시해 충격을 주었다.
주요 투자은행들의 성장률 전망 평균치는 9월말 이후 두 달 사이에 평균 3.1%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런 속도라면 내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하는 기관들도 하나 둘 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중 처음으로 삼성증권은 내년 성장률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0.2% 역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은행은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올해 3.7%보다 크게 떨어진 2.0%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6.9%를 기록한 뒤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금융불안이 조기에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우리 경제가 단기간 내에 성장 모멘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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