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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의 글로벌프리즘] FRB...그리고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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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2-3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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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이라는 책이 화제다. 중국에서 판매속도가 가장 빠른 책이라는데 어설픈 점이 많지만 내용 자체는 흥미진진하다. 화폐전쟁의 저자는 지난 1929년 대공황 당시 주가 폭락이 2년 전 국제금융재벌들의 비밀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뉴욕의 금리는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런던 금리가 의식적으로 높게 지속됐다. 미국의 황금이 영국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자본시장은 금융재벌들의 의도대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1930년부터 3년간 미국에서만 3300여개의 은행이 도산했고 이들 대부분은 뉴욕 5대 은행에 반기를 들고 연방준비은행 시스템에 동참하지 않은 괘씸죄로 종말을 맞았다.

링컨 전 대통령을 비롯해 케네디까지 국제금융세력에 반기를 든 7명의 미국 대통령이 이로 인해 암살당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듣기만해도 섬뜩한 얘기지만 음모론적인 면에서 재밌다는 생각도 든다. 역시 최근 출간된 '세계사를 바꿀 달러의 위기'(empire of debt, the rise of an epic financial crisis)라는 책도 비슷한 주장을 펼친다.

근현대사를 통틀어 서구 자본주의는 결국 국제금융재벌들의 싸움으로 형성됐으며 1·2차 세계 대전과 미국의 대공황, 대통령 암살, 경제정책까지 거의 모든 주요 이슈들이 금융세력의 결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은 엉뚱하기도 하지만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미국의 실업률이 수십년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고 이름도 찬란했던 투자은행이라는 이름 자체가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등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경제는 지금 100년에 한번 찾아올만한 위기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영란은행 등 전세계 주요 중앙은행들 역시 중요한 시험대에 서있다.

금융위기 사태로 디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중앙은행들은 발권을 통한 자금 살포라는 공통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연준이 전세계에 달러를 살포하면 글로벌 디플레 악몽을 비롯해 경제위기가 끝날까. 대다수 전문가들의 대답은 '노'(No)다.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심산으로 제로금리와 함께 사실상의 무제한 달러 공급을 선언했지만 이같은 '헬리콥터 벤'과 같은 방식은 결국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경기 살리기에 주력한 나머지 '물가 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시절 연준 의장 자리는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과 신뢰를 누렸다.

그러나 연준은 스스로 시장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실수를 잇따라 저지르고 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이 작금의 신용위기 사태를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한 것은 그나마 인간적인 정이라도 불러 오지만 지난달 연준이 2조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대상에 대한 명단 공개 요구를 묵살한 것은 연준의 신뢰에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을 일이다.

음모론은 위기에 더욱 들끓게 마련이다. 연준에 대한 음모론을 통해 다시 한번 위기를 확인하는 요즘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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